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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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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충무공 이순신 순국일 즈음- 유명규 (글로벌이순신연구회 회장)

  • 기사입력 : 2021-12-26 21: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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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매순간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능력은 뛰어나고 인간성이 나쁜 사람도 있다. 인간성과 능력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인간성이 더 중요하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을 위대한 지도자로 만든 관중은 마지막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충성심에서 나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관중이 병으로 쓰러졌을 때 환공이 문병을 가서 나랏일을 상의한다. “그대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되면, 장차 누구를 재상으로 삼는 것이 좋겠소?” 환공이 역아를 추천하자 이에 관중은 “역아는 자기 아들을 죽이고 폐하께 아첨한 인물입니다. 그것은 인륜을 저버린 행동입니다. 그러한 사람을 재상으로 삼으시면 안 됩니다”

    자기 아들을 죽여 국을 끓여 바친 역아였다. 환공은 관중의 충고를 듣지 않고 그런 사람을 중용했으며 그들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게 됐고 패자의 나라였던 제나라는 순식간에 와해되기 시작했다. 인륜을 저버리고 아첨하는 사람은 때가 되면 본색을 드러낸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도성을 버리고 몽진을 떠난 선조, 인간성과 능력을 두루 갖춘 이순신이라는 인재를 등용해 조선을 구했다. 충무공은 남솔(濫率)이라고 고발 당하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 두 형이 먼저 죽어 할머니가 두 형의 자녀들을 키우셨는데, 정읍현감으로 있을 적에 함께 있게 됐다. 이때 충무공은 “내가 차라리 식구를 많이 데리고 온 죄를 입는 한이 있어도 이 의지할 곳이 없는 것들을 돌봐 주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 출세를 위해 가족을 버린 사람이 어찌 제나라의 개방뿐일까?

    언론에 흔히 언급되는 사건 중의 하나인 뇌물수수죄를 볼 수 있다. 뇌물을 주는 것은 일시적으로 출세의 지름길이 되기는 한다. 충무공은 서익의 무고로 파직됐다가 다시 훈련원 봉사로 재직하게 됐을 때 당시 병조판서 유전이 충무공의 화살통을 소유하고 싶은 생각에 “그 화살통을 줄 수 없겠느냐”라고 했을 때 완곡하게 거절한 일이 있었다. 아첨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출세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능력 있고 청렴한 사람과 가까이 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학연, 혈연, 지연으로 일어난 사건 사고가 많다. 충무공의 인품을 좋게 보았던 병조판서였던 김귀영은 자기 딸 서녀를 시집 보내려고 중매인을 보내어 인척 관계를 맺으려 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충무공은 “벼슬길에 갓 나온 내가 어찌 권세있는 집에 발을 디뎌 놓고 출세하기를 도모하겠느냐”며 권세가와 인연을 맺지 않고 거절한 일이 있다.

    팬데믹으로 지치고, 사람에게 지치는 요즘, 정의로운 사람, 숭고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남해와 서해를 지켜 조선을 구한 충무공 이순신은 연전 연승을 해서 우리가 영웅으로 받드는 것이 아니고, 인간성과 능력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유명규 (글로벌이순신연구회 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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