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반갑다 수능종말론- 이현근 (창원자치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1-12-27 21:26:05
  •   

  • 최근 언론에 보도된 수많은 기사 가운데 유독 관심이 쏠리는 것이 있었으니 ‘수능종말론’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라면 사실상 인생을 걸고 올인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종말을 맞아야 할 만큼 수명을 다했다는 말이 와닿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7년부터 내리 4번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맡아 치러낸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수능 자체가 상대평가인 만큼 1등급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학교 정규 교과과정으로는 풀 수 없는 초고난도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능종말론을 언급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이번 수능에서 오류로 판명난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집단유전학 분야 전문가인 조너선 프리처드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도 “고등학교 시험에서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출제된다는 것이 놀랍고 인상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우리나라 고교생이 치르는 수능 수준이 세계적인 학자도 고개를 저을 만큼 수준이 높다고 해야 할지 비정상적이라고 해야 할지 웃픈 수능의 민낯 중 하나다.

    수능은 할아버지세대의 예비고사(1969년~1981년)와 아버지세대(1982년~1993년)가 치렀던 대학입학 학력고사가 추론 없이 암기만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교육당국과 교육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고 머리를 맞대고 연구와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94년부터 수능제도를 도입했다.

    이후에도 보완을 위한 수정이 거듭되며 1997년 수시전형을 처음 도입했고, 2007년에는 처음으로 수시가 정시 비중을 넘어섰다. 2008년부터는 입학사정관제와 학교생활기록부를 반영하자 외부 스펙에 의존하며 사교육 시장에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3년부터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되고, 특정분양에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을 선발하는 특기자 전형도 신설됐다. 수시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조국사태 등을 겪으며 부모찬스와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난도 받았고, 이를 의식한 교육부는 다시 정시 확대를 들고 나왔다.

    수능에 대한 불만과 개선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 이후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선거에 당선돼 너도나도 ‘혁신학교’, ‘행복학교’ 등을 통해 공부방법과 소질 개발 등 변화를 시도했지만 대입이라는 큰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학교란 아이들에게 지식을 배워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학교생활은 하고 싶은 공부는 못하고, 대학 진학을 위한 학과공부가 전부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절반의 학생은 할 일 없이 매일 엎드려 잠을 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수능은 아이들이 배운 것을 이해하고 있느냐를 측정한다는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줄을 세우고 서열화하는데 고착화됐다. 수능의 수명이 다한 것은 누구나 느끼지만 선뜻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하지 않을 것이다. 수능에도 기득권이 있고, 그래서 거센 후폭풍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학교가는 것이 즐거워야 할 아이들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손을 봐야 한다.

    이현근 (창원자치사회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현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