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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다시 보는 남해 다랭이- 김호철 (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1-12-28 08: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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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호 철 사천남해하동 본부장

    남해대교에서 남쪽으로 끝까지 가면 나오는 가천마을. 넉넉잡아 50분 정도 운전하다 보면 쫙 펼쳐진 광활한 바다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680여개의 논이 45도 경사 비탈에 바다를 바라보고 차곡차곡 108층 계단을 이루고 있다.

    ▼다랭이는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 계단식의 좁고 긴 논배미란 뜻의 ‘다랑이’로 불려야 하지만 남해 사투리로 ‘다랭이’가 됐다. 한참 옛날에는 ‘삿갓논’, ‘삿갓배미’라고 불렸다. 어떤 농부가 논을 세어보니 논 한 배미가 모자라 아무리 찾아도 없어 포기하고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었더니 그 밑에 한 배미가 있었다라는 데서 유례됐다. 농토를 한 뼘이라도 더 넓히려고 산비탈을 깎아 석축을 쌓아 계단식 다랭이논이 만들어졌다.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은 “남해군 서쪽 최남단에 위치한 작고 잘 보존된 다랭이마을은 탁 트인 바다 뒤에 위치한 가파른 산비탈에 셀 수 없이 많은, 아주 작은 계단식 논의 기이한 광경이 특징이다”고 소개하고 한국에서 가 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으로 선정했다. 2005년 문화재청이 다랭이 논을 명승 제15호로 지정하면서 계단식 논 아래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았다.

    ▼다랭이 논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짜투리 땅도 소중히 활용한 남해인의 억척스러운 삶이 배어 있다. 주민들은 아직도 소와 쟁기로 농사를 짓는다. 자연이 준 그대로에 감사하며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았던 소박한 삶.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걸작’을 탄생하게 만든 이유다. 전문가는 “민초들의 고단한 삶이 예술로 승화된 계단식 다랭이논, 억겁의 세월 바닷물에 말끔히 씻겨 눈처럼 새하얘진 바위와 쪽빛바다의 풍광이다”고 감탄했다. 최근 가천마을이 ‘다랭이마을’로 정식 이름을 빠꾸고 바다와 논이 자아내는 풍경을 다시 선물한다.

    김호철 (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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