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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차별적 배제의 일상화- 김대군(경상국립대 윤리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12-28 21: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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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득세하는 가운데 막을 내리게 됐다.

    2년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의 삶에 파고들어 편 가르기를 부추겨왔다. 감염자와 비감염자,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나누어 왔고, 강화된 거리두기에 따라 방역 패스가 차별적 배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차별적 배제를 은연 중에 정당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일본의 온천 관광지에서 ‘중국인 출입 금지’라는 간판이 등장해서 논란이 됐는데, 이제는 많은 국가들이 방역 패스로 차별적 배제를 정당화 하기 시작했다.

    방역 패스를 제시하지 않으면 음식점, 체육 시설,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국가들도 있다. 우리나라도 방역 패스 적용에 대해 보건권과 자유권 간의 논쟁이 있긴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차별적 배제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배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제외시키는 것이라고 뜻 매김을 한다면 차별적 배제는 차별을 둬 받아들이지 않고 제외시키는 것이다. 때와 경우에 맞다면 배제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차별적 배제는 차별로 인해 정당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전에는 주로 약자에 대한 차별적 배제가 인권 문제로 야기되었다. 아동, 노약자, 장애인, 외국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적 배제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일례로 ‘노 키즈 존’ 식당을 기억해보자. 밥은 누구나 먹어야 하는데도, 아이들의 소란이 고객들에게 방해가 되고, 식당에 물적 피해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을 둬 식당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제는 차별적 배제의 대상이 약자에 그치지 않는다. 유명 관광지의 식당이나 매장에서 ‘○○인 출입 금지’처럼 인종 차별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성 출입 금지’ 같은 성 차별적 모습을 띠기도 한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게 되자 청소년을 거절하는 ‘노 유스 존’, 중장년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 중년 존’, 노인들을 막는 ‘노 시니어 존’이 등장했다.

    진상 손님 중에 교수들이 많다고 해서 대학가 카페에는 ‘No Professor Zone(노 프로페서 존)’이 붙을 정도로 차별적 배제가 약자, 강자와 무관하게 예사롭게 이뤄지고 있다.

    배제하고자 하는 쪽의 입장을 살펴보면 일면 공감이 가기도 한다. 차별적 배제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물 파손, 고성방가, 욕설과 추행, 반말과 무시 등의 피해로부터 보호받고자 하는 권리를 표현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렇더라도 나이, 성별, 인종, 종교, 직업 등으로 인한 차별적 배제는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쪽저쪽을 같이 보면 차별적 배제는 공존의 가치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어떤 청소년, 어떤 교수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노 유스 존, 노 프로페서 존이 해결책은 아니다. 문제의 해결은 나이나 직업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된 행위를 바로잡는 대책을 찾아야 마땅하다. 중년들이 숙박을 해서 음주와 고성방가를 일삼는다면 음주와 고성방가를 못하게 하고, 위반하면 배상하게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노 중년 존’을 붙여 숙박도 못하게 차별적으로 배제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일 것이다.

    차별적 배제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방역 패스로 인한 차별적 배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방역 정책, 방역 패스의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예사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차별적 배제가 일상화되면 공동체 내의 저쪽에 대한 혐오는 더욱 커지고 공존할 수 있는 터전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새해에는 오미크론과 함께 차별적 배제도 사라지기를 소망해본다.

    김대군 (경상국립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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