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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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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34) 창녕 관룡사

번뇌의 바다에 뜬 반야용선대

  • 기사입력 : 2021-12-29 08: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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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광반조를 가르치는 적묵의 여래


    광활한 포구다

    삶에 지친 이들

    삿된 번뇌로부터 극락정토로 건네주는

    반야용선의 선창이다


    지혜의 화신이요 자비의 법신이다

    일천오백 년을 한결같이

    고해苦海에서 해인海印으로

    용선의 뱃머리를 이끈

    화엄의 등정각자等正覺者이다


    천축의 땅 건너오듯

    화왕의 불기운 광배 삼아

    옥천의 물소리 가사 삼아


    깨달음에 무슨 말이 필요하냐며

    사귀 여덟모 기단에

    염화의 미소로 나투셔서는


    동東으로 몸을 두신 까닭 거푸 물어도

    너 가고자 하는 길이나 알아보라고

    회광반조*로 답하시는

    적묵의 여래


    *회광반조回光返照 : 참나를 다른 데서 찾으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찾으라는 말로 불교에서 선을 수행하는 하나의 방법.


    ☞ 통일신라 8대 사찰 가운데 하나인 관룡사(觀龍寺)는 창녕을 대표하는 고찰이다. 시대를 달리하여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토(淨土)를 꿈꾼 두 사람, 즉 원효와 신돈과 매우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용을 본다’라는 뜻의 절 명칭은 원효대사와 관련이 있다. 권력마저 벗어던지고 패전국을 찾아 전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평화를 기도했던 성사(聖師) 원효가 화엄경을 강론을 펼친 곳이다. 그런가 하면 절 입구 옥천사지는 고려 말 화엄행자로서 부패척결과 교육개혁, 민생안정이라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려다 실패한 신돈이 태어나고 자랐으며 결국 무덤으로 바뀐 곳이다.

    관룡사는 기암괴석의 높은 산이 주위를 감싸고 있어 소박하면서도 기품 넘치는 풍광과 함께 오랜 역사에 걸맞게 많은 성보를 간직하고 있다. 대웅전(보물 제212호), 약사전 3층 석탑(유형문화재 제11호),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95호), 관룡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519호), 약사전(보물 제146호),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부도(보물 제1730호), 관음보살 벽화(보물 제1816호) 등이다. 그런데 백미(白眉)는 누가 뭐라 해도 관룡사 경내에서 500m 위에 자리한 용선대(龍船臺)다. 산봉우리 정상의 대불 좌상이 관룡산 아래와 저 멀리 낙동강을 굽어보고 서 있는 광경은 장엄하면서도 환희심을 자아내며 서 있는 곳이 산이 아니라 뱃전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용선(龍船)이 반야용선의 준말이어서 더더욱 실감이 난다. 용선대 마루에 동향(東向)으로 앉힌 여래좌상은 석굴암의 본존불과 똑같은 양식으로 조성된 통일신라 시대의 불상이다.

    시·글= 김일태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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