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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검은 호랑이-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12-29 20: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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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호랑이는 치명적 위협이었다. 한양 도성 안에까지 출몰해 화를 입혔다. 국립생태원 연구팀이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본 결과,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기록이 350건, 표범은 51건이나 발견됐다. 중국인조차 당시 심각성을 과장해 표현할 정도였다. ‘조선 사람들은 1년의 반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 문상 다니고, 1년의 반은 호랑이 사냥하러 다닌다.’ 호랑이 잡는 특수 부대인 착호갑사(捉虎甲士)와 착호인을 둘 정도였다.

    ▼태종실록에는 1405년에 호랑이가 경복궁 근정전 뜰까지 들어와 어슬렁거린 발자국을 발견했다는 기록이 있다. 세조실록에는 1465년에 창덕궁 후원에 호랑이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북악에 올라 호랑이를 잡아 왔다고 한다. 선조 1607년 창덕궁 안에서 어미 호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한두 마리가 아니니 이를 꼭 잡으라는 명을 내렸다. 이후 정조 때는 성균관 뒷산에서 호환(虎患)이 발생했다.

    ▼목숨을 앗아가는 호환에도 호랑이는 전통적으로 영험한 동물로 대접받았다. 조상들은 액을 물리고 복을 부른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매년 정초 때면 궁궐을 비롯해 민가에서는 대문에 호랑이 그림을 붙였다. 민화·전설·구전설화에 호랑이가 등장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렸다. 호랑이는 범바위, 호암, 범골 등 전국 곳곳의 지명으로도 남았다. 전남 74곳, 경북 71곳, 경남 51곳 등으로 집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도 호랑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응원 문구는 ‘범 내려온다’였다.

    ▼내년은 임인년(壬寅年)이다. ‘검은 호랑이해’다. 10개 천간(天干) 중 임(壬)은 검은색을 상징하며 음양오행으로는 물(水)의 기운이다. 12개 지지(地支) 가운데 인(寅)은 호랑이, 나무(木)를 뜻한다. 물을 머금고 피어나는 새싹처럼 무엇이든 시작하기 좋은 기운이다. 새해는 더 활기차고 좋은 기운이 가득하기를 기대한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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