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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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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할수록 손해… 일한 만큼 돈버는 어촌 만들어달라”

[기획] 경남민심 들어보니 1부 지역이슈 ⑥ 재해·소비부진 고통 겪는 어민
2022 대선 D-69

  • 기사입력 : 2021-12-29 21: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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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업인의 삶은 해마다 불안의 연속이다. 어획량이나 생산량이 좋아도 소비 부진 등의 이유로 가격이 따라 주지 않아 경영 위기에 직면하곤 한다. 더욱이 코로나19는 수산물 수출길을 막았고 내수 시장마저 수산물 소비부진으로 이어져 어업인들의 최대 걱정거리로 자리 잡았다.

    어업 인구 또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경남도 통계에 따르면 2015년 2만2609명이던 경남의 어업인구는 2016년 1만9826명, 2017년 1만8927명, 2018년 1만8046명, 2019년 1만7553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여기다 고수온과 적조, 빈산소수괴 등 예측할 수 없는 재해와 어업인들의 고령화 등 어항의 한숨 소리는 해마다 늘어만 가고 있다.

    어업인들은 2022년 대선을 앞둔 여야 후보에게 수산업도 열심히 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올해 남해안 멸치잡이(권현망) 업계는 심각한 어획 부진으로 최악의 부도 사태에 직면했다.

    최소 5척의 어선이 선단을 이뤄 조업하는 멸치권현망 어업은 근해 어업 가운데서도 규모가 큰 어업에 속한다. 여기다 잡아온 멸치를 말리고 선별하는 육상 가공공장(어장막)까지 갖추기 때문에 다른 어업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내는 어업이다.

    그러나 멸치권현망 업계는 10여 년 전부터 경영악화가 누적돼 왔다. 멸치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해마다 오르는 인건비와 기름값 등 출어 경비를 어획량으로 매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여기다 올해 어획 부진이 결정타로 작용해 경남지역 멸치 선단 52개 중 17개가 감척을 신청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통영 욕지도 남방 청정해역에서 멸치를 삶고 있다./멸치수협/
    통영 욕지도 남방 청정해역에서 멸치를 삶고 있다./멸치수협/

    기선권현망 선주 박성호(40)씨는 “멸치 선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0여 명의 선원 인건비와 기름값, 식대 등 하루 출어 비용만 1000~1500만 원에 이른다”며 “어획량이 많아도 가격이 안 맞으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조업을 할수록 손해만 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늘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만 기다리는 선단도 다수”라며 “어업인들이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선 후보들이 수산업계에도 관심을 가져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붕장어 잡이에 나서는 근해통발 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내수 부진에 수출길까지 막혀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근해통발수협 김봉근 조합장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팔리지 않은 장어가 조합 냉동창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면서 “올해는 장어가 안 잡혀 재고가 줄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류비, 인건비 등 최소 경비를 감안하면 붕장어 1㎏당 8000원이 생산 원가지만 장어가 많이 나더라도 가격이 떨어져 이보다 못한 값에 팔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많이 잡으면 많이 잡는 대로 안 잡히면 안 잡히는 대로 한해 한해가 걱정”이라고 한숨 쉬었다.

    김 조합장은 “어업인들이 조업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수산물 가격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잡는 어업 만큼이나 기르는 어업도 한해 한해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통영 용남면 굴수하식 수협 위판장에서 남해안 알굴이 경매되고 있다./멸치수협/
    통영 용남면 굴수하식 수협 위판장에서 남해안 알굴이 경매되고 있다./멸치수협/

    경남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수하식 굴은 전국 생산량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며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효자 품목으로 꼽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수확철 집단 폐사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400여 건의 집단 폐사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통영이 233건으로 가장 많고 고성이 90건, 거제 80건 등이다. 경남도는 남해안 전체 굴 양식장 중 최소 8분의 1 이상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제해역에서 2대째 굴양식을 하고 있는 김동욱(37)씨는 “빈산소수괴를 잘 넘어가나 싶으면 고수온이 찾아오고 재해 없이 고비를 넘겼다 싶으면 가격 불안정을 걱정해야 하는 등 채묘 시기부터 수확할 때까지 쉽게 넘어가는 해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수산업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관심이 다른 산업보다 부족한 듯 느껴져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산 정책을 내놓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굴수하식 수협 지홍태 조합장은 “굴 양식업은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산정책은 미비한 실정”이라며 “박신장과 관리선 등 노후된 생산 시설을 교체해 위생적인 환경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어장 구조조정, 더 좋은 굴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사업 등 풀어나가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수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좀 더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굴 껍데기를 까는 박신장의 모습./굴수하식 수협/
    굴 껍데기를 까는 박신장의 모습./굴수하식 수협/

    수온 등 해양 환경에 취약한 멍게양식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무른 껍질을 갖고 있는 멍게는 특히 수온 변화에 민감한데다 해마다 찾아오는 빈산소수괴, 대량 폐사의 원인 중 하나인 물렁증 등 걱정이 태산이다.

    또 짧은 시기에 경쟁하듯 출하가 집중되는 탓에 가격 또한 제값을 받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멍게수협 윤성길 상무는 “고수온과 빈산소수괴 등 재해에 대한 대응책이 멍게 양식업계의 가장 큰 난제”라며 “재해복구비는 5000만원으로 상한선이 그어져 있어 어민들은 별도의 양식 보험에 들고 있지만 보상금 수령 등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어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상무는 “장기적으로 재해에 대한 대비책 마련과 유통구조 개선 등 현실감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어떤 후보가 현실감 있는 수산 정책을 내놓는 지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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