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세계로 뻗어가는 경남 농산물] 하동 녹차

왕이 마신 천년 녹차 ‘고품질 가루차’로 세계 공략

  • 기사입력 : 2022-01-02 20:46:30
  •   
  • 도내에서 지속적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농산물이 많다. 저마다 독특한 재배와 가공 노하우로 색과 맛, 향 등이 뛰어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경남의 주요 수출 농산물을 소개한다.


    1200년 역사의 하동녹차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수출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차 소비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하동녹차연구소와 생산자, 제다업체, 농협이 혼연일체가 돼 차밭을 꾸준히 관리하고 품질 향상에 힘써온 결과이다.

    하동군은 녹차연구소를 중심으로 차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고품질의 가루녹차 수출에 두고 현재까지 △UTZ인증(책임 있는 농산물 생산과 지역 환경·근로자의 근무환경 등 농가·가공공장·판매자가 인증받는 제도) △미국FDA △SQF품질(HACCP) △코셔(유대인 율법에 의한 정결한 음식)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리·가공된 식품) 등 5개의 해외 품질 인증을 획득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USDA-NOP인증(미국유기생산규정) 절차도 준비 중이다.

    하동 햇차./하동군/
    하동 햇차./하동군/

    ◇스타벅스도 인정한 하동녹차 수출 급신장

    2021년 하동녹차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동군은 지난달 27일 하동녹차연구소 가공공장에서 미국 스타벅스에 수출되는 올해 마지막분 고급 가루녹차 6000㎏을 선적했다.

    2017년 글로벌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와 수출 계약을 한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하동녹차(가루녹차) 총 수출은 5년 만에 11만4775㎏ 300만달러의 성과를 달성했다.

    오흥석 하동녹차연구소장은 “차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고품질의 가루차 수출에 두고 2014년부터 차광재배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며 “직접 생산한 가루녹차의 품질이 스타벅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2017년부터 꾸준히 수출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동녹차 수출은 2018년 50만달러를 시작으로 2019년 100만달러, 2020년 160만달러에 이어 올해 300만달러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작년 대비 2배 가까운 신장세를 보였다.

    나라별 녹차 수출 규모는 스타벅스를 대표하는 미국이 8만3026㎏ 220만달러로 가장 많고 다음은 멕시코 1만2000㎏ 31만8000달러, 호주 8240㎏ 21만8000달러, 아일랜드·네덜란드 각 3000㎏ 7만9500달러 등 순으로 많았다.

    이 밖에 캐나다, 독일, 베트남, 브라질 등 세계 13개국으로 하동녹차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하동녹차 수출은 대부분이 고급 가루녹차로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다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4만5911㎏을 수출해 지난해 상반기 9544㎏ 대비 480% 급성장 했다. 작년 전체 수출량 6만4252㎏의 70%에 상반기에 돌파했다.

    하동녹차는 2020년 전체 수출량 6만4000여㎏ 중 북미 수출이 55t으로 전체 수출량의 86%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주요 거래처로 자리매김했다. 멕시코는 2015년부터 하동녹차에 관심을 가진 현지 업체가 2016년 하동군 초청을 받고 방문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거래량을 늘리며 현재까지 수출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2019년 과달라하라와 멕시코시티에 하동녹차 카페가 오픈해 현지 소비자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호주는 2018년 첫 수출을 시작한 이후 4년째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현재까지 수출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번 선적에 따라 호주의 올해 누적 수출량이 8000㎏으로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양이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하동녹차 300만달러 수출 달성으로 하동의 세계화, 녹차의 세계화를 더욱 앞당기고, 나아가 세계중요농업유산의 가치 확산으로 알프스 하동을 전 세계에 더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역사 깊은 하동녹차
    1200년 이어온 차문화 성지
    지리산 기슭 다원 형성
    맛·품질 우수해 왕에 진상

    고품질로 승부
    녹차硏·재배농가 한마음
    재배방법·가공기술 차별화
    5개 해외품질 인증 획득

    수출 급성장세
    2017년 美스타벅스 계약 후
    5년 만에 300만달러 달성
    멕시코 등 13개국으로 확대

    세계도 인정한 맛
    작년 국제식음료품평회서
    삼각티백·마차
    국내 첫 ‘우수한 맛상’ 수상

    하동 녹차 햇차 수확 모습./하동군/
    하동 녹차 햇차 수확 모습./하동군/

    ◇2016년부터 수출 공략 최고급 가루녹차 개발

    하동녹차는 내수시장 침체로 인해 일찌감치 수출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2016년부터 기계화 수확을 통해 최고급 가루녹차를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워 실행했다. 이로 인해 5년여 만인 2021년 120t에 달하는 가루녹차 수출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하동의 가루녹차 수출물량은 국내의 70~80% 차지하고 있다. 수출 확대는 그동안 침체돼 있던 국내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불러오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동녹차의 수출 성장세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차별화된 재배방법과 가공기술을 신속히 적용한 덕택이다. 간단히 말해 하동녹차는 찻잎을 20일 정도 햇빛을 보지 않도록 하는 차광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그 찻잎을 찐 후 살균을 해서 고밀도 가루로 만드는 가공을 거친다.

    하동녹차연구소 가공공장은 국내 어떤 곳보다 투자를 많이 했다. 최신 설비로 가공기계의 수준이 남다르다. 국내 다른 곳에는 없는 고온살균 방식도 도입했다.

    박성연 하동녹차연구소 가공공장 대표는 “하동녹차는 농사짓는 방법부터 다르다. 전국적으로 볼 때 하동녹차 원료 자체에 차별화 전략을 하고 있다”면서 “차광을 했기 때문에 찻잎의 색깔이 그날 그날 다르고 색을 측정해서 살균을 거쳐 가루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국내 가루녹차 중에 하동녹차는 색도 다르고 분말도가 다르다”며 “손등에 비볐을 때 땀구멍에 다 파고들 정도로 분말도가 좋고 거품도 많이 나고 마셨을 때 굉장히 부드럽고 고소한 게 하동녹차의 특징이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하동녹차연구소 가공공장에서 녹차 300만달러 수출 달성 성공을 기념하고 있다./하동군/
    지난달 27일 하동녹차연구소 가공공장에서 녹차 300만달러 수출 달성 성공을 기념하고 있다./하동군/

    ◇세계의 맛 권위자 입맛 사로잡다

    하동녹차는 세계 맛 권위자들의 입맛을 매료시키며 또다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중순 국제식음료품평원이 개최한 ‘2021년 슈퍼 테스터상(Superior Taster Award)’에서 하동녹차연구소 가공공장이 생산한 하동녹차 삼각티백과 K-Matcha(마차·말차)가 세계의 수많은 차를 제치고 차로서는 국내 최초로 ‘우수한 맛상’을 수상했다.

    국제식음료품평원은 2005년 벨기에 브리셀에 설립된 글로벌 식음료 품질 평가기관으로 매년 세계 130개국에서 생산되는 식음료 제품을 분석해 품평회에서 선정된 우수 제품에 대해 품질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올해는 유럽 15개국에서 선발된 200명 이상의 미각 전문가들이 철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하동녹차 삼각티백과 K-Matcha 맛에 대한 우수성을 인증했다.

    국제식음료품평회 2021년 슈퍼 테스터상 ‘우수한 맛상’을 수상한 하동 가루녹차 ‘마차’./하동군/
    국제식음료품평회 2021년 슈퍼 테스터상 ‘우수한 맛상’을 수상한 하동 가루녹차 ‘마차’./하동군/

    ◇최적 지리적 환경 하동… 전국 녹차 30% 생산

    하동녹차는 화개·악양면 일원에서 수확된다.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이후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지속적인 수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녹차명인 김동곤 쌍계제다 대표는 “하동녹차는 천년을 이어온 산지에서 (차나무가) 스스로 적응해가면서 자체 번식한 것으로 맛이 강하고 향기도 좋은 야생차이다. 그래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것”이라며 “재배와 수확이 어려워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다른 차들에 비해 품종과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화개·악양면 일원은 지리산과 섬진강에 인접해 안개가 많고 다습하며 차 생산시기에 밤낮의 기온차가 커 차나무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한 지리산 줄기 남향의 산간지에 분포한 이곳은 점토 구성비가 낮은 마사질 양토로 이뤄져 차나무 생육에 이롭고 고품질 녹차 생산에 적합하다.

    이 같은 토질과 기후 조건은 하동은 전국 차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성장하고 있다. 하동 야생차 군락은 신라 흥덕왕 3년(828) 대렴 공(公)이 당나라로부터 가져온 차 씨앗을 왕명에 따라 지리산에 심으면서 형성돼 1200여년을 이어온 우리나라 차 문화의 성지다.

    농경지가 적은 지리산 기슭의 급경사에 다원이 형성돼 있어 자연생태계 훼손이 적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경관도 자랑거리다. 하동녹차는 다른 지역의 녹차보다 성분은 물론이고 맛과 품질이 우수해 삼국시대부터 왕에게 진상된 ‘왕의 녹차’로 널리 알려졌다.

    현재 921농가가 627㏊의 재배면적에서 연간 1020여t을 생산해 175억원(2020년 기준)의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김호철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