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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80여 편의 응모작들을 검토한 후 ‘쪽항아리’, ‘물허벅’, ‘점선, 여백을 품다’ 세 편을 최종 심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세 작품들은 수필이 갖추어야 할 문학적 성취를 획득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름의 개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작품의 세부까지 아우르는 검토를 위해 심사위원들은 세 편의 작품들을 반복하여 읽어나가면서 논의를 거듭하였다.
허숙영
장만호‘점선, 여백을 품다’는 삶은 실선과 점선의 조화를 통해 이루어지며, 점선을 이루고 있는 점과 점 사이의 여백이야말로 삶의 한 부분이라는 깨달음을 진중한 어조로 풀어가는 작품이다. 일상의 관찰로부터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내는 힘과 문장의 길이마저 조정함으로써 생각의 호흡을 적절히 조절하는 배려가 특히 돋보였다. ‘물허벅’의 경우 물을 지고 나르는 ‘허벅’을 통해 언니가 져야 했던 삶의 간난신고와 그 속에 담고 싶어했던 꿈의 모습들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언니의 일생을 물허벅으로 비유하고 있지만 도식적으로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원체험에서 오는 진솔함과 감동 역시 돋보인다. 문학적 형상화의 능력과 서정적 문체의 힘이라고 할 것이다.
‘쪽항아리’는 항아리의 관점에서 서술된 작품이다. 항아리를 화자로 삼아 쪽풀에서 무명천으로 옮겨가는 쪽빛의 자취를 감각적이면서도 간결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사물의 특성과 행위의 과정을 오래 통찰하고 그 안에 깃든 이치를 묘파하고자 하는 집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수필의 소재와 표현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할만하다.
심사위원들은 논의 끝에 방법적 새로움을 시도하는 실험정신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문학적 구성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 ‘쪽항아리’를 당선작으로 결정하는데 합의하였다. 당선자에겐 뜨거운 축하를, 다른 분들에게는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보낸다.
심사위원 허숙영·장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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