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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찬바람이 불면 가슴앓이가 시작되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바람을 피해 다녔다. 어느 날 찬바람이 내 속 살 깊은 곳까지 사정없이 파고들어 올 때쯤, 너무 가슴이 시려서 광명에 있는 기형도 문학관에 갔다. 버스정류장은 거기서 썼다. 버스정류장을 다 쓰고 난 후, 시인 기형도의 당선 소감을 찾아보았다. 좀처럼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문의 열쇠를 쥐었다는 그분의 소감에 그만 눈물을 흘렸다. 저도 가지고 싶어요…….
그 눈물이 모여 열쇠가 되었던가.
생각보다 이른 당선 소식을 듣고 정말 꿈만 같았다. 사실, 그날 생전 겪어 보지 못했던 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땅거미 지는 오후, 집으로 가는 길이 참으로 멀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듣게 된 당선 소감에 나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나는 열쇠로 꼭 닫힌 내 마음의 문을 열었다.
버스정류장은 시골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치매 할머니를 보고 쓴 동화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할머니였을까. 나는 이제야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부족한 내 글을 읽고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준 한겨레 68기 동기들과 여러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버스정류장이 처음 세상에 나온 합평 수업 날, 별말씀이 없었던 원종찬 교수님. 나는 내가 못 써서 말씀이 없는 줄 알았다. 그래도 원종찬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소중애, 김문주 심사위원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도 이제는 열쇠가 있다. 이 열쇠로 더 많은 문을 열어보도록 노력하겠다.
동화 부문 당선자 김경애 씨 (△1972년생 △서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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