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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삶에도 결이 있음을 알겠습니다. 머릿결이나 숨결, 구름결처럼 말입니다. 삶의 결과 결 사이는 견고하고, 날카롭거나 때론 몹시 슬프고 처참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그것에 귀 기울이고 포착하는 것. 그런 것들을 쓰고 싶은 것과 싸워 보는 것. 타협하지 않은 마음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 소설임도 알겠습니다. 모든 심사가 끝났을 것이라 생각했을 때, 짧은 겨울해가 기울어 그것도 어둑한 시간에 걸려온 ‘당선’의 통보는 떨림과 빛남의 결이 되어 사는 동안에는 잊을 수 없는 나만의 기록이 되었습니다.
오래된 약속.
오래된 약속이 지켜진 것 같다고 했지요. 한 번도 약속한 적이 없는데 마치 오래전 약속을 했었나 하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믿음이었을 것입니다. 묵묵히 배우기만 하겠다는 나의 태도를 지켜보던 엄창석 선생님. 선생님 이름이 자판으로 쓰이는 이 순간, 왈칵 눈물이 납니다. 두루말이 휴지를 풀어 눈물을 닦고, 감사합니다,란 말로 잇습니다. 당선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저 먹먹하기만 했는데 이제사 눈물이 납니다. 처음 마주한 ‘문장’의 힘을 당신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영수문학관 문우들의 따뜻한 우정과 사랑이 때론 힘들기만 했던 순간을 견디게 했습니다. 이소정 작가 고마워. 모든 분. 고맙습니다.
포기를 포기.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내게 소설은 늘 그냥 포기하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래서 글 쓰는 일은 줄타기를 하거나 얼음판을 딛는 것처럼 발끝에 힘을 잔뜩 주어야 했습니다. 이제는 글을 포기는 것을 포기해야겠습니다. 아직은 내게 소설은 이선입니다. 하지만 일선이 되는 순간이 오겠지요. 어깨 펴고 곧은 시선으로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단히 노력하고 다듬겠습니다.(*)
소설 부문 당선자 류미연 씨 (△1964년생 △부산 출신, 울산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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