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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7월 0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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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뮤지컬 ‘애니’를 보면서- 도희주(동화작가)

  • 기사입력 : 2022-01-06 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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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연말 지인으로부터 뮤지컬공연 초대를 받았다. 창원 성산아트홀 공연장 입구 쪽엔 공연을 안내하는 배너가 세워져 있다. 경남뮤지컬단(단장 권안나)이 무대에 올린 뮤지컬 ‘애니’, 미국 해럴드 그레이의 만화 ‘고아 소녀 애니(Little Orphan Annie)가 원작이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으로 암울했던 당시 미국을 배경으로 밝고 용감한 고아 소녀 애니가 동화 같은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1976년 미국 초연 이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지금껏 45년이 넘도록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명작이다. 1977년 제31회 토니상에서 대본상, 음악상을 비롯한 7개 부문을 휩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과 더불어 2대 가족 뮤지컬로 꼽힌다.

    어느 공연이든 주인공은 주목받기 마련이다. 주인공을 맡은 이주은(창원감계초 4학년) 어린이는 이미 스타로서 인정받을 만큼 다양한 무대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바 있다. 표정은 물론 온몸으로 뿜어내는 연기력과 열창은 관객들이 숨을 죽이며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고아지만 문제에 부딪혀도 극복해가는 과정은 당당했다. 말괄량이 같은 기질은 오히려 참신하기도 했다. 관람하는 내내 속으로 웃다가 울다가 했다.

    가족 뮤지컬답게 객석엔 가족 단위가 많았다. 그리고 지역 문화 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 경남뮤지컬단이 기부한 티켓 덕분에 주인공 또래의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대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화려한 무대 위에 있는 어린 스타와 무대 아래에서 그를 바라보는 문화 소외계층 아이들의 대비가 묘하게 감각을 자극했다. 문득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떠올랐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베네수엘라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1975년 아마추어 음악가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만든 이 센터는 빈민가 차고에서 가난한 청소년 11명으로 출발했다. 35년이 지난 2010년엔 전국에 무려 190여 센터, 26만여명이 가입된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을 배출했다. ‘구스타보 두다멜’도 이 센터에서 10세 때부터 바이올린 교습을 받았다. 그리고 불과 30대의 나이에 베를린과 빈 필하모닉 등을 지휘했으며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베네수엘라 빈민가 아이들은 마약과 폭력, 총기 사고 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음악은 정서순화로 범죄를 예방하고 비전과 꿈을 제시한다. 아이들은 다양한 악기들이 화음을 이루는 방법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에 필요한 협동과 이해, 질서와 책익감 등을 체득하며 그 속에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목표의식도 설정한다.

    필자는 외곽지역에서도 방과후 교사로 한동안 근무한 적이 있다. 지금도 변두리 학교엔 아이들의 정서나 환경이 고르지 못한 편이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학습능력도 심각하게 저하돼 있다. 심지어 담임교사가 다루는 데도 애를 먹는 아이들도 많다. 초등학교인데도 그렇다.

    ‘애니’를 보면서 한 줄기 빛을 보는 느낌이다. 음악은 아름다운 만국공통어다. 오늘 이 무대가 주는 감동이 더 확장되길 기대한다. 더 많은 아이가 음악의 세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객석에 있던 아이도 자신만의 화려한 무대를 만들겠다는 꿈과 용기를 갖게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도희주(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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