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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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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이웃 만들기- 김규동(사람대장간 얼렁뚱땅 대표)

  • 기사입력 : 2022-01-17 20: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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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뚱맞다. 이곳에 터를 내려 후반전을 채워갈 줄 꿈에도 몰랐다. 도로명주소로는 안녕로, 지번으로는 옥계리에 속한다. 어렴풋이 영월의 김삿갓문학관 근처나 이름이 예쁜 완주나 부안, 소양을 꿈꿨는데 까닭도 없이 덜컥 터를 잡았다.

    사계절을 한차례 훌쩍 돌았다. 가까운 곳에 집이 드물어 이웃까지는 5분 남짓이다. 자유가 그리워 전원을 찾았어도 인적까지 뜸하면 오히려 도회지가 낫다. 아파트에서 이사 떡을 돌릴 때도 가족사진과 집 소개서를 간단하게 적어 층마다 돌렸었다. 이웃에게 손을 내민 나름의 방식이었지만 성과는 낮았다. 중국 고사에 백만매택(百萬買宅) 천만매린(千萬買隣)이란 말처럼, 이웃은 집보다 더 값지고 소중한 존재였다.

    낯선 곳에서 어떻게 이웃을 사귈까? 오가며 열심히 인사만 드렸다. 어쩌다 만난 분들께 건넨 인사는 빗장을 열게 했다. 인사를 나누면 오히려 반가워 마음의 끈은 쉽게 굵어졌다. 정다운 인사만큼 쉬운 게 있을까? 그렇게 해서 안녕과 옥계의 토박이, 먼저 이사 온 분과 지인도 만났다. 새로 짓는 카페를 찾아가 말을 트고, 집터를 다지거나 농사짓는 분께도 밭에서 인사를 드렸다. 한결같이 열쇠 없이 마음을 여셨다. 해풍 맞은 고구마도 샀고, 머리도 가까운 내포에서 깎는다. 의자가 하나뿐인 앙증맞은 곳이다. 차례가 오기까지 느긋한 기다림조차 지겹지 않음은 난포·반동·신촌·욱곡 등 동네 사람들의 북적임 때문이다. 가끔 말을 거들며 귀만 슬쩍 열어도 구산면의 별의별 세상살이가 스리슬쩍 파고든다. 구실을 톡톡히 하는 사랑방이다.

    면(面)에서 운영하는 요가와 라인댄스는 최고의 가성비다.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소통도 좋지만, 수강료와 수업의 질(質)이 반비례하여 쏠쏠하다. 오토캠핑장, 멸치막, 횟집, 찻집 등 어디든 낯익은 얼굴 덕에 곰살궂다. 철마다 다른 바닷고기를 맛보았고, 캐는 수고만 더하면 푸성귀의 주인까지 바뀐다. 집을 비우면 대문에 먹거리를 걸어놓고 꽃나무를 뽑아 주며 꽃밭을 꾸미라고 성큼 발을 떠민다. 지루할 틈 없이 행복한 일로 과분하다. 납작 엎드린 겨울조차 구더운 것은 기꺼이 받아준 이웃 덕분이다. 뒷산에 함께 가자고 손전화가 울린다. “예 형님, 나가요.”

    김규동(사람대장간 얼렁뚱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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