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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1-17 20: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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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일 오후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 23층부터 38층까지 외벽과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당시 작업하던 6명이 실종된 이후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5일에는 경기도 여주시에서 전기 연결작업을 하던 한전 도급업체 소속 김다운씨가 고압 전류에 감전돼 투병하다 19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김씨의 사고는 뒤늦게 알려졌다.

    잇따른 안전사고로 오는 27일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를 유발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법인 또는 기관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사망 외에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한 중대재해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기업살인법)이 모델이다. 작년 1월 국회를 통과했고,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9일 뒤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이 법은 강도 높은 처벌과 징벌적 배상 부담을 적용했다. 원청 사업주나 회사 경영 책임자가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의 안전시설과 관리 체계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2020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영국 산재예방정책 패널 토의에서 니컬러스 릭비 영국 보안안전청 수석감독관이 “기업살인법은 기업이 노동자 사망을 매우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효과가 있었다”는 말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법 적용 대상이지만, 경영책임자에 대한 불분명한 정의와 사고 발생 시 책임 범위 등이 모호한 탓에 산업 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처벌 수위가 강하다 보니 기업들은 안전시스템 마련보다는 책임을 피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서다. 대기업 등 일각에서 안전담당 이사를 별도로 두는 움직임은 그 예다. 해당 법이 경영책임자에 대해 사업을 대표·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있는 사람 또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을 피할 수 있지 않겠냐는 판단에서다. 노동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 법 적용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해석에 따른 다툼과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원·하청 관계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노동부가 배포한 해설서 곳곳에 나오는 종합적, 적절한, 형식적, 실질적 조치 등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은 이를 더 부추기는 모양새다. 2007년 영국의 기업살인법이 제정된 이후 10여년간 법에 근거해 처벌한 곳(26곳)이 적고, 대부분 중소기업에만 몰렸다는 점은 생각해야 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828명 가운데 66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이번 법 적용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유예됐다. 실효성 논란이 대두되는 이유다. 기업을 상대로 한 법무법인들의 자문이 면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도 그렇다. 시행 이후 판례가 쌓여야 범위가 명확해질 전망이라 시간적 소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대로 된 법 시행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세부 조항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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