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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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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다양한 가족공동체를 끌어안는 사회가 되길-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1-18 20: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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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여 전에 국내에서 방송활동 중인 일본인 사유리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했다. 결혼을 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소위 비혼 상태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여러모로 이례적이기도 하거니와 어려움도 예상되는지라 많은 관심이 집중됐고, 격려도 따랐다. 사유리씨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았다고 했는데, 국내에서는 이것이 불법이라는 의견도 있어 다소 논란도 있었다. 이는 우리의 생명윤리법에서 이런 인공 수정 시술에 있어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배우자가 없는 경우는 동의를 받을 수 없으므로 불법이 아니라는 보건복지부의 입장표명도 있었다. 이러한 논란은 이 상황을 둘러싼 관련 규정이나 제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금지하고 있는 바를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의견도, 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형태이기에 불법이라는 의견도 가능하다. 다만 정작 현장에서는 타인의 정자를 기증받아하는 인공 수정 시술을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사유리씨와 같은 형태의 출산은 국내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법과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그동안의 인식과 관행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딱히 위와 같은 형태의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상황을 보면 여전히 우리 사회는 결혼과 출산이 중심이 되는 가족에 있어 지나치게 전통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된다. 가족이란 남과 여가 만나 ‘혼인 신고’를 함으로써 인정받고, 그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로 확대된다. 그 중심에는 법이 있다. 가족, 혼인, 출산으로 인한 친자 관계는 민법에서 기본적인 내용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혼인신고를 한 법률혼과 그 속에서 태어난 아이만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족으로 인정받았다. 물론 최근에는 사실혼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보호가 이뤄지고 있지만, 법의 기본적인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 가족의 형태가 법률혼으로 출발되는 경우에 국한될 것인가? 사유리씨와 같이 자발적으로 그런 가족을 이뤄 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녀와 단둘이 가족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런 분들이 그동안의 인식 속에서 하나의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법이나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미혼부가 자녀의 출생 신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랑이법(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은 그러한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최근의 상황은 전통적 가족의 해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비혼, 딩크족, 1인 가구와 같은 말은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측면이 됐다. 결혼이나 출산을 꿈꾸기 힘든 어려운 현실과도 관련이 돼 있겠지만, 전통적인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반영되기도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다 보니 가끔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혼으로 인한 가족 공동체의 해체도 최근에는 새로운 측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 때는 이혼이 결혼으로 대표되는 정상적인 생활의 ‘실패’라고 인식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마치 결혼처럼’ 살면서 겪게 되는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TV에서도 이혼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찰예능쇼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새로운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형성해 나간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관계의 형성과 확장은 오히려 건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경우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러한 사회 현상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새로운 현상을 적극 권장하지는 않더라도, 법이 그러한 현상을 타당하지 못한 이유로 가로막거나 새롭게 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줘서는 아니 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회가 가지는 인식의 변화와 이해겠지만, 때로는 법이 그러한 흐름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사회가 새롭고 다양해지는 만큼, 우리의 법과 제도도 그렇게 변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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