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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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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 버텼지만…” 벼랑 끝 동네서점

오랜 경영난에 코로나까지 덮쳐
1년 사이 창원지역 3곳 문 닫아
수십년 된 서점들 ‘눈물의 폐업’

  • 기사입력 : 2022-01-18 21: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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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동네 서점들이 경영난과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고 있다.

    18일 정오께 찾은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성원학생서점문구는 25년 넘게 한자리에서 인근 동산초등학교와 창원중앙여고 등 일대 학생들에게 책과 문구를 판매해온 토박이 서점이다. 이날 성원학생서점은 책을 묶어 출판사로 반품하기 위한 정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미 120㎡ 남짓한 서점의 책 매대나 문구 진열대는 곳곳이 비었다.

    사정을 알 리 없는 초등생들은 “우와. 장사가 얼마나 잘 되면 책들이 다 팔려요?”라고 묻자, 서점 대표 황모(60)씨는 “아쉽지만 문을 닫으려고 준비 중이란다”며 애써 담담하게 답했다. 황씨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학생들이 온전한 등교수업을 하지 못하는 등 타격을 받으면서 폐점을 결정했다.

    18일 창원시 성산구 성원학생서점문구 주인 등이 폐점 준비를 하고 있다.
    18일 창원시 성산구 성원학생서점문구 주인 등이 폐점 준비를 하고 있다.

    황씨는 “3년 전부터 내년이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버텼지만 지금은 미래가 안 보인다. 대형서점의 지역 진출과 인터넷 서점의 할인 공세 등으로 동네서점들이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요즘은 학생 수도 줄고 있다”며 “이달 말쯤이면 정리가 다 되고 폐점을 할 것 같다. 문을 닫는데 그간 서점을 아껴준 이웃들에게 감사했다고 일일이 인사를 못 드렸다. 저는 비록 문을 닫지만 남은 동네서점들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아쉬워했다.

    창원지역 동네서점의 폐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1년 동안 폐점한 동네서점은 알려진 곳만 3곳이다.

    1960년대 개점해 대를 이어 운영해온 진해구 학애서림을 비롯해 의창구 경상서점, 마산합포구 청마서점문구마트 등 문 닫는 서점이 늘고 있다. 이들 서점은 모두 창원에서 수년에서 수십년씩 운영해왔다.

    창원시에 따르면 지역서점인증을 받는 동네서점은 2019년 51곳이었지만 지난해 4월 기준 49곳에서 11월 47곳으로 줄었다. 새로운 동네서점이 1곳 생겼지만 3곳이 폐점하면서 2곳이 줄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폐업을 결정한 서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체 인증 서점 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동네서점 관계자는 “책을 팔아서는 밥도 먹고 살기 어려워 자식 같은 책을 다 빼고 곧 폐점 신고를 하려고 한다. 동네서점들이 힘들지 않은 곳이 없다. 이런 식이면 조만간 살아남을 동네서점은 한 군데도 없다”고 호소했다.

    창원시는 지난 2015년부터 지역서점인증제를 통해 기관 도서를 인증 서점에서 구입하는 방식으로 동네서점을 지원하고 있지만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실효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글·사진=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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