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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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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다시, 책 속에서 길을 찾다- 우영옥(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22-01-20 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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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톡!” 휴대전화를 들었다. 책이 여러 권 쌓인 사진이 왔다. ‘1일 1책’ 읽기를 노력한다는, 자칭 ‘채식주의자가 아닌 책식주의자’한테서다. 내가 전혀 읽어볼 생각을 않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다. 주로 문학류 위주의 독서를 하는 나는, 읽고 있던 신간 소설 사진을 보내며 내 ‘독서 편식’이 부끄럽다고 하자, “그럼 된 거네, 소설 속에 다 있으니까” 예상 못한 답을 보내왔다. 농촌을 위한 활동을 하는 ‘책식주의자’한테서 한 수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독서의 힘이리라.

    이 ‘책식주의자’ 덕에, 책을 좋아하던 그 군인을 떠올린다. 단언컨대 이런 경험이 있는 이는 없을 것이라 여기며.

    오래전 4월 어느 일요일, ‘일직’ 근무를 마친 후, 양산 원동역에서 마산역으로 오는 기차를 탔다. 데리고 갔던 유치원생 아들이 자는 틈에 〈단재 신채호〉를 읽고 있다가, 창원역 지나면서 책을 접고 내릴 준비를 하며 일어섰다. 그때, 건너편 옆 좌석에 앉은 군인이 말을 건넸다.

    “저, 잠시만요. 책을 좋아하는 분 같아서 이 책 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생각〉이란 작은 월간지 책 한 권을 건네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정말 뜻밖이었다. 이렇게 젊은 군인이 책을 좋아하고 또 남에게 줄 줄을 알다니. 고맙지만 그래도 가지고 가라는 나의 사양에, “아닙니다. 저는 다 읽어서 필요 없거든요. 귀대하면서 버리고 갈 바에야 책 좋아하시는 분께 드리고 싶습니다”

    놀라웠다. 그래도 그냥 받을 수가 없었다. 볼펜을 얼른 꺼내 건네며 부대 주소를 책 뒤에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내 제자도 어디선가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고 있을 테니 거절 말라고 하며. 몇 차례 부탁 끝에 내리기 직전 겨우 주소를 받았다.

    곧바로 책 몇 권을 부쳤다. 그랬더니, 예상치도 않은 답장이 왔다. 그런데, 편지와 함께 ‘도서상품권’이 들어 있지 않은가! 진주 경상대학교 1학년 재학 중 입대를 했다며, 일선에서 군복무 중이라 도서상품권 쓸 일이 없어서 보낸다며, 감사하다며. 이 뜻밖의 선물에 또 감동하며 한편으로는 어찌나 기특했던지! 다시 그 도서상품권으로 책을 사서 보냈다. 군대에 있을 때 틈틈이 독서력을 더 키우라고.

    ‘상병 백○○’. 아직도 이름이 기억나는 멋진 이 청년은, 지금은 사회의 역군으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독서의 힘이 더해져 탄탄히 자신의 길을 열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젊은이가 있다는 게 얼마나 희망적인 일인가. 많다면 더 좋을 일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청년, 정의로움을 아는 반듯하고 진취적인 우리의 청년들, 거기에다 책을 통해 더 다져진 사고를 지닌 이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더 맑고 정의로워지지 않겠는가. 말만 앞세우는 게 아니라 언행일치에 근접한 진실된 행동을 하는 인물, 추앙받는 인물이 많았으면 하는 요즘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닐 터, 새해에는 다시 양서를 통해 혜안을 길러 보는 건 어떨까. 비활동적인 이 시기에 책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찾아내며, 현명한 봄날을 맞이했으면 한다. 만만찮은 일상이지만 틈을 내어, 배움을 시작한 학생처럼 양서 몇 쪽씩 읽는 ‘1일 1독’을 실천하면서 말이다.

    우영옥(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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