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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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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다낭성난소증후군

경희강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산부인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1-24 08: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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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난으로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개인의 삶이 중시되면서 우리나라 결혼, 출산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 난임을 겪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40대 가임기 여성에게 부인과 질환이 급증하는데, 이때 난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가임기 여성의 4~8%가 겪는 내분비질환 중 하나이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는 병명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병명 그대로 난소에 여러 개의 물혹 형태가 나타나는 것으로 월경불순(불규칙한 생리), 다모증(털의 밀도가 높고 털의 길이가 긴 상태), 불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난소에서 남성 호르몬이 많이 생성되면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월경, 임신 관련 증상 외에도 고혈압, 당뇨 등 대사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가장 흔한 증상은 월경불순이다. 일반적으로 가임기 여성은 한 달에 한 번씩 난소에서 난자를 배출하는 배란과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자궁내막이 질을 통해 배출되는 월경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그러나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는 배란이 잘 이뤄지지 않아 불규칙적이거나 상대적으로 긴 월경 주기를 갖는 경우가 많다. 또한, 월경 기간이 아닌 데도 출혈이 일어나는 부정 출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남성형 탈모를 호소하기도 한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는 인슐린 저항성 저하로, 이는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에 몸의 반응이 둔감해지는 것을 말한다. 같은 양의 인슐린에 대해 몸의 반응이 감소하기 때문에 인슐린이 많이 생성되는데, 이때 혈당 조절 능력이 저하되면서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 외에도 복부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대사증후군이 함께 나타나는 일도 있으며,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일반 여성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초음파를 이용해 특징적인 다낭성 난소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과 배란 장애로 인한 월경불순과 불임, 남성 호르몬 과다 분비로 인한 다모증, 여드름, 탈모 증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가로 갑상선 이상 등 다른 내분비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호르몬 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월경불순을 겪을 때는 경구피임약으로 호르몬 치료를 하게 되는데, 규칙적인 월경을 통해 배란 장애에 따른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을 예방할 수 있다. 남성 호르몬 과다 생성을 개선하는 효과는 물론 피임 효과도 있기 때문에, 임신 계획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고 있다. 불임의 경우 다양한 약제로 배란을 유도해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만약 배란 유도 치료로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시험관 아기 시술이나 난소 수술 등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비만이나 과체중이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주요 발병 원인은 아니지만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위 치료 방법과 더불어 식습관 변화, 운동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희강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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