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기고] 죽음 앞에 침묵하라는 나쁜 규제- 이재환(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

  • 기사입력 : 2022-02-02 20:15:26
  •   

  • 응급구조사는 사람이 다치거나 생명이 위험할 때 신속히 출동해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만약 환자 이송 과정에서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구급차 안에서 대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법규는 응급구조사의 업무를 제한해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어 살인자가 되거나 살리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면 범죄자가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지난 1993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응급구조사’는 국가 공인 자격이 됐다.

    골든타임이 걸린 현장에서 응급구조사가 실제로 하는 일은 240가지가 넘지만, 응급의료법상 1급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는 심폐소생술, 심박·체온 및 혈압 등의 측정 등 14개로 제한되고 정맥으로 투여할 수 있는 약물은 고작 ‘포도당’과 ‘수액’뿐이다.

    그 외 의료행위는 의사가 동승해 있거나 원격으로라도 의사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실제 의사가 구급차에 동승해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경우는 3.8%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대부분 수도권으로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방일수록 의사가 동승하는 모습은 TV에서만 볼 수 있다.

    법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응급구조사에게 허락된 업무는 17년째 그대로이다.

    정부와 입법조사처는 응급구조사의 역할 범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환자의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는 의료 관련 각 협회의 갈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의 사명감과 자부심은 존중돼야 마땅하기에 직역 간의 갈등은 어느 정도 이해된다.

    그러나 응급구조사의 업무 제한이 응급구조사의 80%가량이 활동하는 119구급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119구급대원은 총 1만2732명으로 이 중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는 각각 8512명(66.9%)과 3005명(23.6%)이다. 모두 119구급대의 핵심인력으로 응급구조사는 ‘응급의료법’에 의해 간호사는 ‘의료법’에 따라 업무 범위가 규정된다.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 제한과 모호함은 현장에서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119구급대마저도 규제로 인해 생사 기로에 서 있는 환자를 넋 놓고 볼 수밖에 없다면 대한민국의 응급의료체계는 초기 이송단계부터 무너진 것이다.

    소방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난 2019년 119구급대원의 응급처치 범위를 확대한 특별구급대를 소방서별 1개대씩 총 227개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확대할 계획이다. 보완책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생명은 제도의 완성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앞으로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는 현실에 맞게 확대돼야 하며 최소한 119구급대만이라도 특별과 일반 구분 없이 현장에서 필요한 긴급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오늘이라도 즉각 허용해야 한다.

    이재환(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