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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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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재(人災)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바라며- 한옥문(경상남도의회 건설소방 위원장)

  • 기사입력 : 2022-02-02 20: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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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째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너덜너덜해진 아파트 외벽이 떠오르고,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들과 그 가족이 생각나고, 내가 누워 있는 이곳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거처는 모두 안전할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공사장 붕괴 사고를 보며 불안과 안타까움, 분노와 부끄러움 같은 온갖 감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게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고질병과 같은 안전 불감증은 국민들의 안전을 지속적으로 위협해 왔다. 수십년째 반복되는 후진적인 사고는,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화를 이루고 세계 10위 경제력을 가졌다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번 사고는 여러모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붕괴된 아파트가 몇십년 된 낡은 건물이 아니라 신축 중이었다는 사실은 몇 번이고 눈을 비비게 했다. 또 시공사가 국내 시공능력 10위권의 HDC현대산업개발이고, 현대산업개발이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붕괴 사고가 난 지 불과 7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사고 전 해당 지자체로 수차례 위험을 알리는 민원이 제기됐음에도 관리 감독이나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 사고를 지켜보는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특히 이번 사고 원인으로 불법 재하도급 등으로 인한 부실공사, 감리 및 관리감독 부실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과거 일어났던 여러 후진국형 건물 붕괴 사고로 우리는 이웃의 생명을 담보로 한 뼈아픈 교훈을 여러 번 겪었다.

    1970년 4월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 때는 신축 아파트가 준공된 지 석 달 만에 무너져 아파트 주민과 인근 판자촌 주민 등 34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쳤다. 7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난 1993년 1월 충북 청주시 우암상가아파트 붕괴 사고도 있었고 1994년 10월 서울 성수대교가 붕괴돼 32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다쳤다.

    1995년 6월에는 서울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려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등 144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들 붕괴 사고의 원인은 불법 하도급과 낮은 공사비, 무리한 설계 변경 또는 증축, 불량 자재 사용, 공기 단축 등 총체적 부실 시공과 이를 바로잡지 못한 부실한 관리 감독이었다.

    참사 이후 관련 입법이 진행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나 시설물안전관리특별법 등이 제정됐지만 비슷한 참사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50년 전의 불법 하도급, 공사비 낮추기, 공기 단축, 관리 감독 및 안전 점검 소홀 등이 고질병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남의 건축 현장에는 이런 병폐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광주 사고로 인한 도민들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주 경상남도의 긴급 안전점검단과 함께 창원, 양산의 아파트 공사 현장을 돌아봤다. 철저한 안전점검과 관리감독을 당부하고 모두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돌아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우선하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전국 곳곳의 건축 현장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안전 민감증에 걸릴 만큼 철저히 직무에 충실해주길 바란다. 어떤 현장에서도 더 이상의 사후약방문은 없어야 한다.

    한옥문(경상남도의회 건설소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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