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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린이보호구역 해제 움직임 우려- 안정희(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위)

  • 기사입력 : 2022-02-08 20: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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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7일자 경남신문 ‘어린이보호구역 잇단 해제 움직임 왜?’라는 기사를 접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가 전면 금지되자 차량 이용의 불편을 이유로 주택가와 인접한 유치원·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어린이보호구역을 해제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어린이 안전을 보호하자는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어른들의 행태에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각 시민단체에서는 자발적으로 어린이보호구역내 노란색 특수 페인트를 칠해 어린이를 유도하는 노란카펫, 발자국 모양 스티커 붙이기 등을 행하며 어린이보호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또 지난 2019년 민식군의 안타까운 사고 이후로 관련 법 개정으로 시설이 강화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사고 시 무기 또는 3년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등 처벌도 한층 강화됐다.

    대부분 운전자는 취지에 공감해 보호구역내에서 30㎞ 이하 서행, 횡단보도 전 일시정지 등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

    덕분에 최근 5년간(2017~2021년) 어린이 보행자 사고는 1052건에 사망사고 6건이었지만, 그중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는 85건으로 8%에 지나지 않고, 사망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이렇듯 전 시민이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겼는데, 몇몇 곳에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어린이 보호구역 해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사실에 무척 실망스럽다. ‘뭣이 중한디’라는 영화 대사가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물론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만이 능사는 아니며 보호구역 내에서도 언제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통계적으로 어린이보호구역의 효과는 입증됐다.

    행정 당국도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추상적인 거대 담론이 아니라, 개별 구역별 지리적 특색에서 비롯되는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 주민의 불편, 이를 반영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등 문제점을 구체화해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주민들을 설득시켜야 할 것이다. 예컨대 어린이 보호구역 해제라는 손쉬운 해결 방안이 아니라, 시간대별 주차 허용, 주거구역 공공주차장 확충 등 다소 예산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논의가 먼저였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해제를 검토하는 주민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재고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며, 학부모님들께서는 혹시 우리 자녀가 다니는 학교, 유치원이 이를 검토하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어린이 안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주기를 당부드린다.

    안정희(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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