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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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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재판은 공정한가- 염진아(변호사)

  • 기사입력 : 2022-02-09 20: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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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거래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가계약금에 대해 알 것이다. 가계약금은 내가 그 부동산을 구입할 예정이므로, 계약서를 쓰는 날까지 기다려 달라는 의미로,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계약금의 20~30% 정도까지 미리 입금하는 것이다. 실생활에서는 인기 있는 전세 물건, 혹은 매매 물건을 잡아두기 위해서 많이 사용되는 방법인데, 가계약금을 주고 계약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주 분쟁이 생긴다. 가계약금에 대해서는 아직 정립된 대법원 판례가 없다. 그렇다 보니, 소송에 가더라도 이길지 질지 모른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던 2018년 12월 경, 소액 재판부는 굳이 판결 이유를 쓰지 않고 판결문을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지방법원의 한 소액 재판부에서 판결문을 통해 가계약금에 대해 정리를 했다.

    가계약금이란 본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매수인에게는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고 매도인은 이를 수인하는 비용이고, 매도인은 매수인의 본계약 체결 요구에 구속되므로 이는 매수인을 위한 것이며, 매수인이 본계약 체결을 거절하면 반환 약정이 특별히 없는 한 가계약금은 매도인에게 귀속된다는 취지였고, 당해 사건은 매수인의 사정으로 본계약 체결이 안됐으므로 가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일응 납득이 가는 내용이었고, 사실 당사자들의 구체적 의사에 따라 계약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가계약금은 보통 이렇게 생각하고 지급하는 것이라고 보였다.

    같은 내용인데 창원지방법원 관내 시법원의 한 소액 재판부는 2022년 1월말 경, 가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가계약금은 본계약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반환 약정이 전제돼 있는 것이라는 논리로 가계약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단했다. 가계약금은 반환 약정이 명시된 바 전혀 없었고 오히려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가계약금도 해약금 약정이 있다고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각각 보낸 문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사건도 역시 소액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판결 이유를 작성했다. 사실 필자는 이 논리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 아주 똑같은 사건이야 없겠지만, 적어도 이 두 사건은 원고가 매수인이고, 가계약금을 입금했으며, 원고의 사정으로 본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사정이 같은 사건이었고, 피고들은 원고가 계약할 것처럼 시간을 끄는 동안 부동산을 매도하지 못한 사정도 같았다.

    길게 사례를 두 가지나 요약한 것은 이런 비슷한 사건에서 반대되는 판결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인데, 법률가가 보아 사실관계가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사건인데도 정반대의 판결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같은, 아니 적어도 사실관계가 비슷한 사건에 서로 다른 판결을, 각 재판부마다 다른 이유로 제시한다면 누가 자기가 받은 재판이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을까. 오히려 자기에게 유리한 판사를 찾아다니고 싶어 할 것이다.

    2021년 10월 경 ‘쿠키뉴스’에서 전국 1000명을 상대로 법원 재판이 공정한가를 물었더니, 별로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44.1%였고, 전혀 공정하지 않다가 37.1%로 나왔다. 물론 1000명이 국민 모두를 대변하지는 않겠지만, 여론조사에서 재판의 공정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쪽에 절대다수의 의견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워하고 반성해야 한다.

    물론, ‘같은 사건 = 같은 결과’는 불가능하고, 똑같은 사건은 없다는 것은 맞는 말이며, 재판은 자로 재듯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나라 최고 지성이라 불리는 판사님들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왜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고심해야 한다. 특히 비슷한 사건에서 비슷한 결과는 그 첫걸음 아닐까.

    염진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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