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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메타버스로 만나는 확장 현실- 김지형(영산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2-13 20: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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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찌 티셔츠가 28젬이면 개이득인데?” 소프트웨어 융합교과 수업에서 학생들끼리 주고받는 대화를 듣고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젬(Zem)은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가상화폐 거래단위이고, 14개에 1200원으로 책정돼 있다. 비록 가상 의상이라 할지라도 명품 티셔츠 하나를 2400원에 구매하는 대행운을 누릴 수 있다 그런 뜻이었으려나….

    1월 초 발표된 4차 산업혁명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산업혁명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으며, 2021년 핵심 키워드로는 ‘메타버스’가 주요 단어로 부상했다. 미흡한 기술력과 부족한 콘텐츠로 인해 단기간 유행했던 2003년의 세컨드라이프 때와 달리 메타버스는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과 VR, XR 등 주요 기술들과 접목되면서 캐즘(chasm)을 극복하고 주류시장에 진입했다. 게임의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일 줄 알았던 메타버스는 이제 산업 현장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까지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본사 건물을 없애고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에서 영구 재택근무에 돌입한 회사가 있는가 하면, 대학생들은 메타버스 가상캠퍼스에서 아바타로 참석해 수업을 듣고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확장된 가상 현실에서 또 다른 나로서 활동하는 아바타의 개성은 패션 스타일, 즉 옷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패션 업계는 이를 겨냥해 빠르게 메타버스에 진출하고 있고,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의상들을 가상 공간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인증서로 여겨지는 블록체인 기반의 NFT(대체불가토큰) 상품이 한정판으로 출시되면서 가상 의상의 고유성이 더욱 강화되고 가격은 천장부지 치솟고 있다.

    “아니, 이게 다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된다면, ‘유비쿼터스, 스마트, 지속가능성, 디지털’과 같이 지난 시대를 관통했던 핵심어들을 떠올려 보자. 한때는 생소했던 이 단어들이 우리의 일상에 이미 녹아들어 있음을 받아들이자. 강물이 위로 흐르지 않듯 시대 변화를 거스를 수 없으며, 하다못해 복고의 유행마저도 ‘뉴트로(Newtro)’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게 재탄생하지 않았는가. 디지털이 이끄는 삶과 새로이 펼쳐진 확장 현실의 세계에 차근차근 적응해보자.

    김지형(영산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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