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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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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자살률, 경남을 보다 (4) 전문가가 본 자살예방사업 방향

“경남 자살률 낮추려면 지자체장 의지 도정에 반영돼야”

  • 기사입력 : 2022-02-16 21: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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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선 무엇보다 도시와 농촌이 혼재하는 각 시군별 자살 특성을 분석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 ‘지역맞춤형 자살예방사업’ 컨설팅과 광역지자체 자살예방 추진계획 평가를 맡고 있는 이수정 경남대 간호학과 교수는 “자살률을 낮추겠다는 경남도의 강력한 의지와 이 의지가 도정 운영계획에 반영돼야 뚜렷한 감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이수정 경남대 간호학과 교수가 자살 예방 사업과 정책 전반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수정 경남대 간호학과 교수가 자살 예방 사업과 정책 전반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경남지역의 자살 특성은 어떤가.

    △자살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남을 보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40대와 50대에서 자살자 규모가 최대로 나타나는 등 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2019년 도내 자살 사망자 수 938명 중 399명, 2020년 844명 중 345명)

    또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추이를 분석해보면 전국 대비 80세 이상의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10~30대의 자살률이 증가 추이를 나타내는 특성이 있다. 자살 수단으로는 (농촌 지역 중심으로) 농약 음독이 매우 높은 특성도 갖고 있다.

    -도시와 농촌이 혼재하는 경남의 지리적 특성도 주목해서 봐야 할 것 같다. 공개된 정부 자살 관련 통계 자료와 경남도의 자료를 보면 경남에서는 인구 10만명당 마산합포구 36.8명, 양산시 33.6명, 거제시 30.7명, 밀양시 30.1명, 통영시 29.9명 등 순으로 도농복합지역의 자살률이 높은 특징이 나타난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군 지역은 함양군 42.7명, 합천군 37.6명 등 노인 자살률 분포가 높다. 이런 실태를 봤을 때 자살예방사업을 어떻게 펼쳐야 하나?

    △자살예방 전략에 있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취약계층을 선정하고 개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자살 수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증가하는 지역의 경우에는 수단 접근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자살률 감소를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자살 사망자를 수단별로 보면 경남은 음독 사망이 119건으로 전국 1219건의 12.3%를 차지한다. 전국 2배 수준이다. 농약으로 인한 자살이 높은 농촌 지역은 이런 이유로 자살 수단 차단 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농촌지역 주민의 경우 지리적 특성상 사회적 고립 가능성이 높고 서비스 지원체계와 연결이 쉽지 않기에 지역사회의 ‘게이트키퍼(gate keeper)’를 통한 자살예방 활동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도내 어떤 특성 있나
    연령 높을수록 자살 증가, 40~50대 ‘위험군’
    전국 대비 80세 이상 많고 10~30대 증가세
    도농복합지역 비율 높아… 군은 노인 많아

    경남 자살예방사업 문제점
    2020년까지 전국 17곳 중 ‘계속 미흡’ 평가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 참여 기관 3곳뿐
    인력 확보·응급위기 대응 등 강화 필요

    나아가야 할 방향은
    농촌 대상 ‘자살 수단 차단 사업’ 마련 절실
    전문기관 연계 가능한 ‘게이트키퍼’ 교육을
    ‘학교 밖 청소년’ 온·오프라인 통해 관리해야

    -중장년층의 사망자 수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경제적 상황과 자살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업중심 지역의 경우 직장을 갖고 있는 청장년층이 직무 스트레스나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로 자살의 위험성이 높다는 문제를 안고 있고, 남성의 고용비율이 높은 경우 사회적 위기나 경제적 불황으로 자살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운영 중인 자살예방서비스에 자발적으로 잘 접근하지 않는 연령대이기도 해서 노인이나 학생보다 예방사업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중장년, 고용위기, 경제적 위기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자살예방 계획이 필요한데, 실업, 고용, 신용회복, 금융지원 등 지원책이 부처별로 분절돼 있고 경제적인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문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맞닥뜨리는 우울 등 심리 문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경제 지원을 안내하고 돕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하고 전문기관과 연계할 수 있도록 게이트키퍼 교육을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 전담 조직을 만들어 직장 내에서 자살예방사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10대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도 매우 심각해 보이는데.

    △(학교를 통해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학교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 대상의 대책을 세분화해 고위험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활동을 펼쳐야 한다.

    학교 청소년의 경우 자살로 사망한 학생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정상군으로 분류됐던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정서행동특성검사 외에 교사가 일선에서 학생의 위험신호를 파악할 수 있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체 교사 대상의 일반 자살예방교육이 아닌 게이트키퍼 교육 의무화를 할 필요가 있다. 또 교육지원청의 위(Wee)센터, 학교의 위(Wee)클래스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전문상담교사와 전문상담사의 사례 중심의 역량강화 연수도 필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자살예방전문기관으로의 자발적 유입이 적고 발굴할 수 있는 경로도 제한돼 있어 온·오프라인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SNS상담의 경우 매체의 특성과 이용 청소년의 선호에 따라 다르게 사용할 수 있다.

    - 자살을 한 번이라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살 위험이 일반인의 20~30배에 이르는 고위험군에 해당한다고 한다. 자살고위험군에 속하는 자살시도자가 재시도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관리하는 부분도 중요할 것 같다.

    △지난 2013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실시해온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에 도내 참여 의료기관은 3곳(진주경상대병원, 창원경상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에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실제 야간·공휴일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원이 있더라도 당일 병실과 보호실수에 따라 입원 가능병원 운영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살·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위기에 개입한 이후 정신건강의학과와 치료를 연계하는 것이나 응급입원 진행과정에서 야간·공휴일 시간대 정신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게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참여 의료기관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

    인천광역시의 경우 지역 내 전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시설 20곳이 참여해 자살 시도로 응급실 이송 또는 내원하는 환자에 대해 체계적인 사후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살시도자가 정신과 전문의가 없는 일반응급의료기관에 내원하는 경우에도 초기평가를 거쳐 정신과 치료와 사례관리가 가능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로 연결되고 이후 지역사회까지도 연계되는 형태다. 광역지자체가 참여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경남의 맞춤형 자살예방사업 부족한 부분은.

    △경남은 지난 2020년까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계속 미흡’한 하위 3개 지자체로 평가받아 현장 지도를 나가야 하는 지역으로 분류된 바 있다.

    자살 예방 전담 인력 확보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먼저 자살예방 전담 공무원 확보가 필수적인데, 자살예방담당 공무원은 예방사업뿐 아니라 정신보건사업, 시설 및 정신의료기관 관리로 인한 업무 과중과 기피가 심한 현실이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업무 과중과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려워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자살 현황을 분석하고 사업을 연계하는 것도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경남의 자살 문제가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위기 상황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응급위기 대응 부분도 강화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밖에 자살수단 중 차단·관리가 가능한 수단, 새로 증가하는 수단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자살예방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경남의 자살예방추진계획이 수년간 미흡하게 평가됐던 가장 큰 요인은 광역지자체장의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건 자살률을 낮추겠다는 의지와 전담부서 신설, 도정 운영계획 반영이다. 그게 없었다. 가장 시급한 문제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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