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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린 시절 어머니와 동백꽃잎에 새겨진 사연들- 권영수(전 마산운수 관리상무)

  • 기사입력 : 2022-02-20 20: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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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울 맹(猛) 추위 속에서도 피어나고 있는 동백(冬柏)꽃을 보면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된다. 아직 만개(滿開) 시기는 아니지만. 하루 밤 사이에 몇송이씩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신기(新奇)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는 아주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손을 놓고 고향을 뛰쳐 나왔다. 생일 없는 소년으로 전전하면서 도시 생활이 어려울 수록 어머니가 몹씨도 그리워 눈물 짓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의 품속같이 느껴지는 동백꽃을 찾게 된다. 어릴 때부터 생존법칙(生存法則)을 터득 하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이면 못다한 글공부를 하기도 했다. 성인이 되고부터 세계를 알기 위해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을 탐방(探訪)해 그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견문(見聞)을 넓혀 나갔다.

    해일 수 없는 수많은 밤을 /내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지쳐서 /꽃잎은 발갛게 멍이 들었소…

    동백꽃잎에 새겨진 사연 /말못할 그 사연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기다리는 동백아가씨 /가신님은 그언제 그 어느날에 /외로운 동백꽃 찿아오려나…

    이 노래는 가요계의 여왕(女王)으로 불리는 국민가수 이미자 선생이 불렸던 노래 가사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간 지금까지도 중년을 넘긴 사람들은 이 노래 가락에 심금(心琴)을 울려 주고 있다. 김승희 시인은 동백꽃 예찬(禮讚)을 이렇게 노래했다고 한다.

    푸른 이파리 밑에 숨은 듯 /피어있던 붉은 동백꽃잎들이 /피를 흘리듯 바다물 위로 뛰어 드는 건 /아름다운 의문 투성이의 찬란한 절명 /우리시대의 속물 생태학에 비춰서 나는 동백꽃을 더욱 사랑하고 싶어진다. 동백은 칼바람이 불어오는 맹추위 속에서도 잘 견디면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옛부터 선비들은 기개(氣槪)를 높여 매화와 함께 귀히 여겼다고 한다.

    여느 꽃처럼 꽃잎이 낱장으로 떨어지지 않고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었을 때 꽃송이째로 뚝 떨어지는 동백은 예로부터 애절함의 대상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동백꽃의 개화(開花)시기는 보통 1~2 월에 하얀 (白雪)눈속에서 살포시 피어나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꽃이 만개한다.

    어느 사찰에 스님이 남긴 동백꽃에 대한 글귀가 생각난다. 죽고 사는 것이 무상하고 신속하니 방일하지 말고 힘써 정진하라… 사는 것은 순간의 일이다. 무상하고 신속한 생사대사(生死大事)를 앞두고 미워하고 분노(忿怒)하는 일은 덧없을 뿐이다. 이는 우리가 함께 사랑하고 이해해도 모자라는 시간을 낭비(浪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뿐이다. 얼마 후면 동백이 만개하고 꽃이 지고 나면 우리도 언젠가 때가 되면 사라져갈 사람들이다. 온갖 아집(我執)과 탐욕(貪慾)으로 모았던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먼지로 사라져갈 뿐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꼭 새겨들어야 할 명언(明言)이 아닌가 싶다.

    권영수(전 마산운수 관리상무)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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