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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지언(知言)-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2-22 20: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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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언(知言)’은 말의 이치를 알고 시비를 가리는 능력이다. 곧 마음을 읽는 역량이다. 설전(舌戰)의 고수인 맹자는 말을 가려듣는 ‘피음사둔’의 지혜를 제시했다. ‘한쪽으로 치우친 말(辭)로 그 숨기는 바를 알고, 방탕한 말(淫辭)로 빠져 있는 바를 알며, 사특한 말(邪辭)에서 도리를 벗어났음을 알고, 회피하는 말(遁辭)에서 궁함을 안다’고 했다. ‘번지르르한 말속에서 본질을 간파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마음엔 갖은 욕망과 탐욕이 똬리를 틀고 있다. 속내는 말로써 외형화한다. 인간은 내면과 쉽게 타협하고 합리화한다. 타인은 물론 자신마저 속일 수 있다. 말을 꾸미고 다듬는다. 밖으로 드러난 자아는 모든 게 옳고, 합당하다. 오류가 있더라도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한다. 물론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철저한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비롯했다는 건 짐작하고도 남는다.

    ▼프린스턴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프랭크퍼트는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란 책을 냈다. 허튼소리라는 개소리와 거짓말을 통찰했다. 요체는 의도와 기만의 차이다. 의도한 거짓말은 증명할 방법이 있고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강한 진정성을 표방한 개소리는 객관적 분석으로 거짓을 입증하기 어렵다. 애초부터 ‘아니면 말고 식’으로 떠벌린 만큼 상대하기도 난감하다. 이에 치밀하게 꿰맞춘 거짓말보다, 진실은 뒷전이고 동요와 파문이 목적인 개소리가 더 치명적이라고 주장한다.

    ▼대선이 꼭 2주일 앞이다. 별천지를 담보하는 공약은 화수분처럼 샘솟고, 협잡과 겁박의 언사는 실타래처럼 뒤엉켰다. 권력욕은 타인은 물론 자신까지 기만하는 유혹의 속삭임을 쏟아낸다. 허황한 개소리가 대중을 사로잡는 건 진실보다 더 달콤하게 귓전을 맴돌기 때문이다. 맹자는 피음사둔의 마음이 생겨나 정치를 해치고, 정치에 펴서 일을 망친다고 경고했다. 개소리와 거짓말을 분별하는 지언의 지혜가 절실한 때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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