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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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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정하게, 함께 내일로- 김지수(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2-03-01 20: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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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초 창원과 양산에서 들려온 가슴 따뜻한 소식 덕분에 며칠간 이어진 추운 날씨에도 여전히 포근함을 간직하고 있다.

    하나는 양산의 10대 삼 형제가 여행을 가기 위해 무려 5년이나 알뜰살뜰 모아온 소중한 용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양산시청에 기부했다는 이야기이다. 각각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인 삼 형제가 맡기고 간 꾸러미 속에는 행복한 여행에 대한 기대를 잔뜩 담아 모은 10원짜리 동전부터 5만원권 지폐까지 총 373만90원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가족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 것이 속상할 법도 한데 삼 형제는 그런 내색 없이 그저 좋은 일에 써달라며 이름조차 알리지 않고 홀연히 떠났다고 하니 그 진심이 더없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로 너나할 것 없이 어려운 가운데 경남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127℃로 활활 타올라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2월 초 ‘희망2022 나눔캠페인’을 종료한 결과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62일간 총 102억359만8495원이 모였는데 이는 당초 목표액 80억37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최근 5년간 모금액 중 최고액이라고 한다.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전염병 상황 속에서도 내 몫이 조금 적어지더라도 옆자리의 누군가와 나누고자 하는 마음, 나도 어렵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헤아리는 마음을 마주하며 필자는 따뜻함과 함께 뭉클함을 느꼈다.

    짧은 기간 압축적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뤄낸 우리 사회는 구성원들을 냉혹한 적자생존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앞만 보며 달려야 했고 서로에게 서로는 그저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격언처럼 앞으로의 세상에서 잘 살아가려면 내 곁을 남에게 내어줄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진 사람, 즉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공생하는 사람)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앞서 소개한 미담으로 지역이 함께 살아나고 소식을 전해들은 것 만으로 살아갈 힘이 생기는 걸 보면 과연 그렇지 않은가.

    미국 진화인류학자인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함께 쓴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친화력을 앞세운 다정한 자가 최후의 생존자가 될 거라고 주장하며 사피엔스가 지배종이 된 까닭은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인 친화력이 우수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공감·존중하며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 수 있는 능력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생존비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냐로 평가해야 한다”는 브라이언 헤어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지금은 우리가 함께 공존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김지수(경남도의원)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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