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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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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산린이' MZ세대의 등산법

썸 타니? 산 탄다! 친목보다 재미·건강, 혼산보다 함산

  • 기사입력 : 2022-03-03 21: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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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이 내려앉는다’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 강화로 대형 관광버스를 대절한 대규모 단체관광객들이 줄어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산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 여느 때보다도 산이 북적여서다. 이들 덕에 2020년에는 보합세를 보였던 국내 매출 상위 7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실적이 지난해에는 17% 이상 성장했을 정도. 젊은이들에겐 고루한 취미라고 여겨졌던 산행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을까.


    코로나로 외출 어려워진 2030세대

    ‘등산크루’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홀로 산행’보다 ‘함께하는 산행’ 즐겨

    체력 기르고 일상 자신감도 충전


    ◇MZ, 산에 매료되다

    “몸이 자주 아파 병원 문을 자주 넘었는데 이제 산 중턱을 넘나들며 지내고 있어요.(장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등교도, 출근도, 친구들과의 만남도 어려워진 MZ세대들은 활동량이 크게 줄었다. 안전지대를 찾아나선 곳 중 하나가 산이다. 집안에서 무기력하게 있다 가까운 곳을 걷는 데서부터 가벼운 트레킹을 시작하게 된 것. 이들의 유입으로 레깅스와 편한 운동화를 신은 산행 스타일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고 등산 초보를 일컫는 ‘산린이(산+어린이)’, ‘등린이(등산+어린이)’ 같은 단어들이 뉴스에 오르내렸다.

    창원 등산크루 다정다감 회원들의 정상석 인증사진./다정다감/
    창원 등산크루 다정다감 회원들의 정상석 인증사진./다정다감/

    등산 입문 2년차인 장다은(32·등산크루 ‘다정다감’)씨도 그중 하나다. 평소 운동도 하지 않고 산은 ‘바라만 보는 대상’으로 여겼던 그는 지난해 4월, 산행을 시작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허약해 자주 병원을 찾았지만, 이제는 올해 목표로 설악산 공룡능선,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3대 종주와 백두산 등반을 계획하는 사람이 됐다.

    장 씨는 “마산 무학산 백운사 코스를 자주 다니는데 처음에는 숨이 넘어갈 뻔해 평지가 보일 때마다 쉬어 4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넉넉히 2시간이 걸릴 정도로 체력이 길러졌고, 몸도 굉장히 건강해졌다”며 “‘저만큼 높은 산도 다녀왔는데 이걸 못하겠어?’ 하는 자신감을 갖고 일상생활도 더 즐겁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산을 예찬했다.

    창원 등산크루 다정다감 회원들의 정상석 인증사진./다정다감/
    창원 등산크루 다정다감 회원들의 정상석 인증사진./다정다감/

    ◇‘등산크루’와 함께라면

    ‘혼산(홀로하는 산행)’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함산(함께하는 산행)’을 위해 ‘등산크루(CREW)’들이 등장한 것도 눈에 띈다. 주로 2030 젊은층으로 구성돼 뒷풀이와 같은 친목보다 산행을 강조한다. 창원에도 ‘다정다감’, ‘델몬떼’ 등 등산크루들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이들 모두 산행을 최우선으로 두면서도 힘든 산행 속 동료애를 키우고, 학교나 직장생활 내에서의 모임, 단체생활이 어려워진 때 취미를 매개로 소속감을 주는 곳이 됐다.

    2019년 11월부터 운영된 창원 ‘다정다감’을 이끌고 있는 최영호(33·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모임장은 “등산크루들과 함께 하면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코스를 안내하고, 산에서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도와줄 수도 있고 혹시 모를 사고도 대비할 수 있어 안전한 산행이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살아온 것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취미로 산에서 만나, 오랜 시간 산을 누비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잊지 못할 장면을 함께 남기는 것도 의미있다”고 말했다.

    창원 등산크루 델몬떼 크루들의 정상석 기념사진./델몬떼/
    창원 등산크루 델몬떼 크루들의 정상석 기념사진./델몬떼/

    지난해 7월 시작된 창원 등산크루 ‘델몬떼’ 모임장 전보혜(29)씨는 “산을 타는 것이 그저 정상까지 목표를 잡았기 때문이 아니라 등산을 하는 과정 자체가 재밌고 즐거운 일이 된다는 것을 ‘같이’ 등산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포기하고 싶을 때 힘을 낼 수 있도록 끌어주고, 내가 체력이 좋을 때는 다른 사람들을 독려해주면서 올라갈 수 있는 게 ‘함산’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남은 명산들이 많은 데다 창원 또한 도심 속에도 산이 있어 등산을 즐기기에 최적지라고 말한다.

    델몬떼 신현정(31)씨는 “지난해 추석 때 다녀온 지리산 일출 산행에서 다른 곳에서 본 일출과는 다른 기운을 받아서 힘들어서 다시는 안 간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크리스마스에도 지리산을 갔다”며 “산이 주는 고유의 고즈넉한 기운, 노력해서 정상을 밟는 기분을 항상 느낄 수 있어 모든 산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 등산크루 델몬떼 크루들의 정상석 기념사진./델몬떼/
    창원 등산크루 델몬떼 크루들의 정상석 기념사진./델몬떼/


    명산 스티커 부착·산행 영상 기록 등

    다양한 ‘챌린지’로 재미 높이기도

    “다른 삶 살아온 사람들과

    같은 취미 공유하며 행복감 찾아”


    ◇등산재미를 높이다

    등산크루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어내면서 산행의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 등 어려운 산행리스트를 완주한 사람들이 목표를 잃지 않도록, 또는 명산 리스트들이 버거운 이들에게 적합한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정다감’에서는 창원 주변 산을 묶은 ‘다정다감 30봉 챌린지’를 하고 있으며 인증시 크루 타올과 등산양말세트, 30봉 정상석 사진을 앨범책자로 만들어주는 챌린지를 하고 있다. 여기에 등산시간을 기록하고 산행지도를 볼 수 있는 ‘트랭글’, 산행길을 영상으로 기록해줘서 종주나 1일 2산 시 유용한 ‘리라이브’ 등을 이용하면서 자신의 산행을 차곡차곡 쌓는다.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 정상석을 담은 포스터, 스티커 등으로 다녀온 산을 인증하는 굿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 포스터와 하이킹 트래커 스티커./mt.d/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 포스터와 하이킹 트래커 스티커./mt.d/

    델몬떼 김유정(33)씨는 “모임을 만들고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산에 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창원 시계종주하기’, ‘영남알프스 9봉 인증 메달 가져오기’, ‘섬에 있는 산 하나 인증하기’ 등 근교의 산에 재미있는 미션을 접목한 챌린지를 저희가 자체적으로 고안해냈다”며 “반응도 좋았고 미션 덕분에 산행이 더 활발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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