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열린포럼] 서예가와 대통령선거- 윤영미(서예가)

  • 기사입력 : 2022-03-07 20:17:10
  •   

  • 내일이면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저마다 대통령 후보 알리기에 죽을힘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고, 대통령이 누가 되든 내 삶이 바뀌는 것이 아니니 관심 없다는 이들도 있다. 나는 관심이 있다. 그래서 매우 조심스럽다.

    선거철이 되면 내 처신(處身)이 피곤하고 조심스러운 시기가 돼 버린다. 말 한마디에 누구는 상처를 받고 누구는 평온을 찾는다. 그의 업과 관련되면 천당과 지옥이 되기도 한다. 정치는 일상에서 더 뜨거운 생물이 돼 버렸다.

    아침에 눈을 뜰 때도, 밤에 잠자리에 들 때도, 먹을 갈 때도, 심지어 글씨 작업할 때조차 뉴스나 시사, 유튜브 채널을 켜놓는 습관이 있다. 세상 돌아가는 판을 감지하며 살고 있다. 사람들은 서예가의 작업 공간에서 재즈나 클래식을 틀어 놓고 작업할 거라 여겼다. 사람들이 찾아오면 난 어김없이 재즈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정치가 생물’이라는 것을 인지한 후 진보와 보수의 양쪽 채널을 함께 듣는 걸 즐겨한다. 어느 한쪽의 입장을 맹목적으로 듣지 않는다. 나는 정당인이 아니니 편향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귀와 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툼이 일어날 때 서로의 수가 내 눈엔 보인다. 가만히 경청하고 지켜보면서 분석해 한 표를 결정한다.

    선거일이 다가오니 점점 주변에서 들어오는 온도가 다르다. 이 시기가 가장 곤혹스럽다. 함께 차를 즐기며 잘 지내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색깔 옷을 입고 나타난다. 색깔 옷을 입지 않은 사람들도 이 시기가 되면 격한 감정을 드러낸다. 주위가 마치 홍해처럼 쩍 하고 갈라져 버린다.

    선거가 다가오면 내가 삼가는 게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반박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내 생각도 독단과 독선, 때로는 잘못된 정보로 오류투성이라 부끄러웠던 적이 종종 있다. 서로의 거친 언어들을 보면서 이 시기가 지나면 다 주워 담을 수 있을까 싶으니 좋아 보이지 않는다. 나 또한 어조(語調)가 강한 탓에 남에게 상처를 곧잘 주었다.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 중에 선거 결과가 자신의 안위와 연결되기도 했고, 그의 신념은 종교와도 같았다.

    나는 SNS에서 정당과 관련된 사람에게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당분간 쓰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게 내가 정치인이 돼 있고, 운동가가 돼 있고, 누군가의 공격자가 되기도 했다. 이분법적인 흑백으로 온통 세상이 돌아갔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지역 정당인을 보면서 손가락이 근질거린 적이 있다. 이웃에게 던지는 비아냥 섞인 조롱이 그 사람 수준만큼 가볍다. 대통령 후보의 정치 철학보다 지지자의 탐욕이 표를 많이도 빼겠구나 싶었다.

    투표하지 않으면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한때 유행처럼 떠돌던 외국에서의 중산층 기준이 비싼 부동산이 아니라 비평지 하나 받아본다는 것에 동의한다. 유권자인 나는 날카로운 눈으로 견주며 한 표를 던질 것이다. 서예가의 대통령 선거유세는 공자왈(曰)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이다.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태산 옆을 지나다가 어떤 부인이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것을 보았다. 제자 자로(子路)를 시켜 그 연유를 묻게 했다. “부인이 우는 것이 심히 깊은 근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부인이 대답했다. “얼마 전에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고, 또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그런데 또 오늘 아들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공자가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 부인은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명심하거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을.”

    윤영미(서예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