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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1인당 GNI 3만5000달러 돌파 속 숨겨진 함수-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3-07 20: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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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5168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3만1811달러보다 10.3% 증가한 수치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67달러에 비하면 68년 만에 무려 525배로 커진 규모다. 우리나라는 1994년 처음으로 GNI 1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후 2006년 2만달러를, 2017년 3만달러를 돌파했다. 2만달러 달성 이후 3만달러 달성까지 11년 걸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4년 만에 3만5000달러 달성은 빠른 성장을 보인 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1인당 GNI는 2010년 이후 최대폭(10.3%)으로 증가하면서 3만5168달러를 기록했다”며 “문재인 정부 4년 중 2년이 전대미문의 세계적 코로나 위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체감하는 소득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GNI는 가계를 포함해 기업과 정부가 벌어들인 소득을 모두 합하기 때문이다.

    가계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의 경우 지난해 1만9600달러로, 1인당 GNI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라 체감 소득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GNI 통계 지표에 함수가 숨겨져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환율이나 인구 감소 등 1인당 GNI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크게 바뀌었고, 물가 상승으로 실질 GNI 증가 폭도 명목 GNI와의 괴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인당 GNI가 2020년에 비해 10.3% 늘었다고 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2018년 기록한 3만3564달러에 비하면 증가 비율(4.6%)이 크지 않다. 이는 2019년 3만2204달러(-4%), 2020년 3만1881달러(-1%)로 계속 떨어진 탓에, 그 기저효과로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여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화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GNI 급등에 환율이 큰 영향을 미친 것도 한몫한다. 2020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180.05원이었지만 지난해 원화 가치가 크게 높아지면서 1144.42원까지 떨어졌다. 이를 고려한 원화 기준 1인당 GNI는 2020년(3762만1000원)보다 7% 늘어난 4024만7000원으로 증가폭이 줄어든다. 수출 가치가 늘어나면서 원화를 달러로 환산하다보니 훨씬 많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인구 감소도 1인당 GNI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인구(5174만5000명)는 1년 전보다 0.18%(9만1000명) 준 것으로 추산됐다. 1인당 GNI는 전체 GNI를 인구 숫자로 나누는 것인 만큼 인구가 점점 감소한 탓에 역설적으로 1인당 GNI가 증가했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똑같이 벌더라도 인구가 줄면 1인당 GNI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1인당 GNI 3만5000달러 달성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2020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 소득 하위 계층인 1분위의 근로소득은 작년 4분기에 비해 13.2%나 감소했고,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은 오히려 줄고 있는 실정이다. 1인당 GNI 3만5000달러 달성이라는 자평 속에 숨져진 함수도 같이 챙겨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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