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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산 무학초등학교 총탄 교문·담장 복원 촉구- 김정대(경남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22-03-15 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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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의 3월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1960년 3월 15일 마산에서 3·15의거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4월혁명’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때 숱한 사람들이 흘린 의로운 피로, 마산은 하늘도 땅도 바다도 붉게 물들었었다.

    마산 무학초등학교 일대는 3·15의거 역사의 소중한 공간이다. 그날 밤 7시 무렵,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시위 군중은 개표 장소인 마산시청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경찰은 최루탄과 공포탄을 쏘면서 시위 군중을 무학초등학교 쪽으로 후퇴시키려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고 투석전으로 약 3시간 동안 무장 경찰에 맞섰다. 드디어 경찰은 수백 발의 실탄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시위 군중들은 무학초등학교 정문 뒷담을 통해, 자산동 골목길을 통해 몸을 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달아나는 군중들 뒤로 경찰은 무자비하게 실탄을 난사했으니, 수많은 총탄이 학교 정문 담장에 흔적을 남길 수밖에. 경찰은 수백 발의 총탄 자국을 다음날 새벽녘에 횟가루를 발라 흔적을 지웠지만, 들어가자면 오른쪽 첫 번째 담벽에 13발, 두 번째 담벽에 6발, 모두 19발의 총탄 자국은 뒷날까지 선명하게 남아 ‘총탄 담장’의 역사를 증언해 줬다.

    그러나 이 담장은 10여년 세월이 흐른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당시 학교 부지의 소유주는 마산시였다. 1970년 초에 일부 담장 부지가 도로 확장 구역으로 지정되긴 했지만, 1974년 12월 나머지 교문과 담장 그리고 운동장 땅을 마산시가 개인에게 불하한 것이 문제였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유신정권의 의도적인 민주화 흔적 지우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으로부터의 압력이 있지 않고서야 마산시가 어찌 멀쩡한 초등학교 진입로를 개인에게 매각했겠는가. 현재 이 부지에는 4층짜리 건물이 들어서 있다.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총탄 담장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무학초등학교 총탄 담장은 역사를 전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하나다. 따라서 고증을 거쳐 원래 자리에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 현재 개인 소유로 된 땅을 매입하는 일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나 방법이 없지 않다. 최형두 국회의원은 작년도 국감 자리에서, 문화재청장에게 무학초등학교 총탄 정문·담장 복원에 대해 질의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낸 바 있다. 창원시의회에서도 박성원 의원이 유적지 복원 관련 법안을 발의하여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니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고 있는 중이다.

    총탄 정문·담장은 역사교육 현장의 문제이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원래 부지가 확보된다면 이를 원래대로 복원시키겠다고 지난 2월에 밝힌 바 있다. 당시 마산시의 기능을 이어받은 창원시 그리고 경남도도 역시 이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관계 당국과 추진위원회는 머리를 맞대고 이 숙원 사업을 빠른 시일 안에 추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정대(경남대 명예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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