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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통영국제음악제 20년의 여정과 성과- 김일태(시인·통영국제음악 재단 이사)

  • 기사입력 : 2022-03-16 20: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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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이상 선생의 예술적 업적을 선양하면서 현대 동서양 음악을 연결하는 가교를 목적으로 2002년 출범한 통영국제음악제가 해를 거듭하여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필자는 1998년 당시 방송사 PD로 윤이상 타계 3주기를 맞아 선생을 조명하는 특집방송을 제작했었다. 그 과정에 윤이상 음악전문가와 선생의 유가족과 돈독히 인연을 맺을 수 있었고, 그런 계기로 통영국제음악제 태동에서 정착까지 한 축을 맡아 참여했다. 그리고 통영국제음악제 출범 공신이라는 예우로 지금까지 재단의 임원을 맡아 실무진들의 활동을 응원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 20년의 여정은 윤이상 선생의 고향 통영은 물론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변화 발전과 궤도를 같이한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조기에 국제적 위상을 가지게 된 데에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통영을 다녀간 힘이 크다. 주빈 메타와 빈 필, 정명훈과 라디오 프랑스 필, 세종솔로이스츠, 몬테베르디 합창단, 조르디 사발과 에스페리옹21, 상트페테르부르크 필 등 세계 정상급 연주 단체와 함께 프란시스 트래비스, 하인츠 홀리거, 탄둔, 진은숙 등 다양한 음악인들과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음악 학자들이 통영을 방문해 윤이상을 내걸고 개최하는 축제의 성공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통영국제음악제가 겉으로 드러난 성장 일변도 못지않은 난제들도 많았다. 정치 권력의 변화에 따른 윤이상 선양사업의 희비, 재정 지원 규모의 변동, 재단 운영에 대한 변화 등 우여곡절도 수없이 겪었다. 그런 복잡한 여건 속에서도 통영국제음악제가 짧은 기간에 국제적 경쟁력을 가지게 된 데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요인은 윤이상이라는 국제적 브랜드와 통영의 유무형 자산과의 결합이다. 다음은 축제 전문가들의 기획 섭외력, 안정적 예산과 행정 지원, 주관 언론사의 가치 포장과 입체적 홍보라는 음악제 추진 체계의 효율적 결합이다. 그리고 ‘연중 음악이 흐르는 도시로’라는 기치를 걸고 국내 유일하게 도입한 연중 시즌제이다. 봄 시즌인 국제음악제와 윤이상과 현대음악의 올바른 이해와 기량 전수를 위한 여름 아카데미, 그리고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와 클래식 음악 연주가 결합하는 가을 시즌을 통해 통영에서 연중 최고의 음악을 즐기게 한 것이다. ‘연중 시즌제’는 통영국제음악당 건립을 절실하게 만들었고 결국 2015년 말 통영이 세계 10번째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지정되는 쾌거를 거두는 바탕이 되었다.

    축제의 조연을 맡아 축제의 분위기 조성과 아트 마켓 역할을 담당한 프린지 공연도 한몫했다. 축제의 중요한 축은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성공을 이끈 숨은 영웅 중에서도 특히 통영국제음악제를 지원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황금파도’는 티켓 사주기, 각종 부대 행사 참관하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축제를 응원했다. 통영국제음악제의 홍보와 윤이상 음악의 전파를 맡은 팀프(TIMF) 앙상블의 역할도 컸다. 마지막으로 공식 공연의 유료화가 조기에 정착된 점이다. 공식 유료 공연 행사가 매년 80%를 웃도는 좌석 점유율을 보였다. 클래식 음악 행사를 고려할 때 경이적인 결과다.

    통영국제음악제의 발전은 곧바로 통영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수산업의 퇴조와 함께 활기를 잃어가던 부와 문화 전통의 도시 통영이 문화 관광의 도시로 방향을 바꾼 이래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명품 도시로 변모했다. 통영국제음악제를 계기로 국제적인 문화예술관광의 도시, 남해안의 중심도시로 우뚝 선 것이다.

    20주년을 맞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오는 3월 25일부터 시작하여 4월 3일까지 열린다.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주목할 만한 특별 이벤트가 욕심나지만 팬데믹 시대라 아쉽다. 정치적인 변화나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굳건히 정체성과 경쟁력을 지키고 있는 음악재단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실무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든든하게 이를 지켜주고 있는 통영시민들께 격려와 감사의 뜻을 보낸다.

    김일태(시인·통영국제음악 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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