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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경남문인들은 왜 경남문예진흥원을 규탄하는가- 배한봉(시인·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

  • 기사입력 : 2022-03-24 19: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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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22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목련꽃 만발한 경남도청 앞에서 경남권 문인 150여명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불공정·불합리하게 ‘2022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경남문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회를 살펴보면 진흥원 스스로 밝힌 규정에 어긋나 있고 경남지역 예술 동향을 알지 못하는 타 지역 인사가 대다수이다. 심지어 점자도서관 직원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문학을 평가했다. 진흥원 측은 “심사위원풀(Pool)에 있는 도내 인사 중에 문인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심사위원풀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그러면 깨끗하게 사과하면 될 일이다.

    심사위원풀에 도내 문인이 없다면 크게 심각한 문제다. ‘문인이 빠진 문예 육성’이라니! 지금 경남의 문예를 육성하겠다는 진흥원이 이렇게 경남문인을 무시하고 불공정한 일처리를 하고서도 규정을 준수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지난 21일 해결책을 찾고자 연 간담회에서 사과는커녕 물도 한 잔 나누지 않고 법규를 들이밀면서 문인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문예 육성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된 듯한 모습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공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사회 요소요소에서 신뢰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갖는다. 레벤탈은 배분의 공정성을 위한 절차상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정보의 정확성, 수정 가능성(과정에서 잘못된 점은 즉시 수정), 대표성(모든 단계에서 구성원의 관심, 가치관이 반영돼야 함), 도덕성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심사위원 선정부터 예술계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으니, 레벤탈이 제시한 네 가지 기본 원칙을 갖추지 못했다.

    흔히 공정성이라 번역하는 영어 페어니스(Fariness)는 균형성으로도 쓰인다. 균형이라는 말의 핵심은 기계적으로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사안이나 논란이 되는 사안은 이해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서 논란이 있는 이슈에 대해 편견이나 불균형한 관점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것이 필수라는 말이다.

    진흥원의 사업은 예술계가 관련 당사자이니, 예술계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것이 균형성, 즉 공정성을 갖추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경남도는 이제 진흥원을 원장 일인 체제에서 여러 선출된 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기관인 위원회로의 전환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번 사태로 진흥원의 공정성을 많은 예술가들이 앞으로도 부정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을 높였다. 진흥원이 스스로 만든 나쁜 선례가 됐다. 엄중하게 책임질 것은 지고, 이제는 바로잡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통의 무소불위 권력기관이 아니라 듣는 기관, 정지되지 않는, 변화하는 기관이 되는 것이다. 꽃피는 봄날이지만 지금 예술계는 엄동설한이다. 왜 우리는 안에 있고, 저들은 밖에 있는가, 하고 질문하면서 그 답을 스스로 찾아내는 기관, 사방을 살피는 기관, 심장이 쿵쿵쿵 뛰는 기관이 되기를 바란다.

    배한봉(시인·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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