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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학생선수에게 인색한 경남 골프장- 김진호(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2-03-28 20: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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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몇가지 장면이 있다.

    박세리 선수가 1998년 LPGA US여자오픈 경기에서 보여준 ‘맨발 샷’이다. 당시 연장 마지막 18번홀에서 박세리가 친 공은 헤저드쪽에 떨어졌다. 모두가 졌다고 실망하고 있을 때 박세리는 신발을 벗고 물에 들어가서 차분하면서도 힘차게 휘둘렀고, 볼은 페어웨이에 안전하게 올라섰다. 이 홀에서 비긴 박세리는 서든데스 두 번째 홀인 11번홀에서 5.5m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 맨발의 투혼은 외환 위기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던 한국인들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줬다.

    또 하나는 ‘박세리 키즈’인 박인비 선수가 2016년 리우올림픽 골프 마지막 홀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으며 두팔을 들어올리는 모습이다.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에 복귀해 의미가 큰 경기였다.

    그런데 박인비 선수가 지난 1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점점 더 주니어 골퍼들이 나오기 어려워지는 국내 골프 환경을 우려했다. 그는 “한국 골프는 변해야 한다. 여러 나라에서 프로암을 많이 해봤지만 한국만큼 골프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은 나라는 없었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거의 모든 골프장에서 그린피를 수십만원씩 받고, 주니어 골퍼들에게 똑같은 요금을 받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고 질타했다.

    박세리, 박인비와 같은 걸출한 스타가 탄생한 이후 대한민국 골프의 위상은 세계 최고이다. LPGA에서 고진영 선수가 랭킹 1위를 달리고 있고, KLPGA는 JLPGA 등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투어이다. 국내 선수들은 1부 투어 시드를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데도 도내 골프장들이 학생등록선수들을 위해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학생선수로 등록되면 골프장 입장시 법으로 개별소비세를 면제받는다.

    현재 도내 골프장은 학생등록선수의 골프장 입장 시 개소세 면제 외 별다른 지원이 없다. 이는 전라권, 경북, 강원지역 골프장 등에서 골프협회 소속 학생선수들에게 9홀 연습 시 그린피 무료 혜택을 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창원CC는 학생선수에 대한 지원을 없앴다. 도청 소재지이자 경남골프의 메카인 창원CC가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현재 경남에서는 고성 노벨CC가 대회 참가나 연습 때 학생등록선수에게 2만원 정도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경남지역 골프장의 그린피가 비싸고 달리 혜택이 없자 학생선수들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다. 경남골프협회에 따르면 경남 학생등록선수는 5년 전 100여명에서 현재 60여명으로 줄었다.

    주니어 골퍼 한 명에게 연간 1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레슨비가 가장 많고 대회 참가비도 만만찮다. 경남이 아닌 주로 전라권에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입장료에 캐디피, 숙박비, 장비구입비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골프인구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해 내장객이 늘고 그린피를 올리면서 개장 이후 최대의 특수를 누리고 있는 도내 골프장들이 꿈나무 육성을 위해 학생선수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았으면 한다. 정부나 지자체도 학생선수를 지원하는 골프장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진호(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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