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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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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빼다지’ 스토리 in 김해- 김차영(김해시 문화예술과장)

  • 기사입력 : 2022-03-29 20: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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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 내 마음속 빼다지(문갑, 서랍의 방언)에 대한 추억은 어머니의 기억과 함께한다. “야야 안방에 빼다지 가가 쌔때 가오이라~.” 어머니 심부름을 하던 기억과 빼다지 옆 벽장 속 어무이 때묻은 베개와 아버지만 드시던 감춰둔 꿀단지 같이 고향집, 어머니라는 단어와 동의어처럼 포근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해마다 구지가문학제가 열리고 있는 가야왕도 김해에는 수필, 시, 시조 등 문학 관련 단체, 문인들의 활동이 무척이나 활발하다. 지난 19일에는 지역에서 활동 중인 김지은, 김용웅 작가의 ‘빼다지 스토리’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거기에서 나는 어릴 적 부모님 방에 푸근하게, 마치 보물단지처럼 놓여 있던 그 ‘빼다지’의 느낌을 만나 보았다.

    김해문화도시 사업기획 중 하나인 ‘시민+’ 사업으로 ‘따스하고, 진솔하면서, 눈물겨운’ 평범한 우리 이웃 여덟 분의 있는 그대로의 삶의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이웃의 구술을 그대로 기록해 한 권으로 묶어낸 이 책에는 눈시울을 적시는 이야기부터 무릎을 치면서 함께 웃게 만드는 이야기들…. 정말 웃는 것이 아닌 눈물겨운 체험담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신장장애 때문에 ‘타인의 피로 살아가는 인생’을 비롯해 6개월 된 딸을 두고 25살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해 지체장애 1급으로 살아가고 있는 56세 시인과 그 부인의 이야기, 대금연주를 통해 저승길 혼령을 접신하는 장례지도사 이야기, 어둠의 세상(시각장애 1급)에서 본 문학이야기, 18살에 해방되고 20살에 결혼해 23살에 6·25전쟁, 국가유공자이자 짚풀공예로 유명한 95세 ‘모산마을 도리깨 할아버지’ 등등 안방에 놓인 빼다지 속 보물처럼 그분들의 마음속 빼다지에 담겨 있는 소중하고도 눈물겹고 따스한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마치 서랍 속 소중한 무엇을 꺼낸 듯 읽는 이에게 그만큼 생생하고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빼고 닫는다 하여 빼다지라 하는데 가만히 닫아두면 절대 남에게 보일 일이 없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그 소중함을 어렵사리 꺼내 보여주신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리고 왕성한 활동으로 문화도시 김해의 시민력을 높여주시는 두 분 작가님, 지역의 문화활동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도록 문화력을 높여주시는 ‘문화도시김해 센터’에 감사드린다. 또한 이런 자리에 멋진 노래가락 한 곡조로 이들을 격려해 주시는 우리소리 박시영 대표 등등 이들의 연대와 하모니로 가야역사의 가치인 ‘공존과 포용’의 문화도시 김해로 순항하는 듯하다.

    김해시는 2021년 1월 정부로부터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이후 5년간 김해문화재단을 통해 문화도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역사문화도시’를 비전으로 시민이 주축이 돼 역사와 미래가치를 담아내는 3개 부문, 9개 과제, 28개 사업을 추진하게 되며 3개 부문 중 시민 부문은 시민의 문화력을 증진하기 위한, 역사 부문은 도시의 DNA를 발견하기 위한, 미래 부문은 문화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문화도시 사업 덕분에 ‘빼다지스토리’ 같은 다양한 시민 주도 기획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시민의 문화력이 날로 풍성해지고 있다.

    김차영(김해시 문화예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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