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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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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남도 문화행정,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 이달균(시인·경남문협회장)

  • 기사입력 : 2022-03-30 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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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산에 들에 꽃이 핍니다. 하지만 800여 경남 문인들의 가슴엔 봄꽃이 만개하진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2일, 우리 150여 지역 문인들은 도청 앞 광장에서 어색한 몸짓으로 펼침막을 들고 목이 쉬도록 구호를 외쳤습니다. 왜일까요? 시대의 화두가 된 공정, 상식, 지방분권, 지방자치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항의가 필요하다는 회원들의 의견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경남문학 100년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 경남 전역에서 도청으로 달려왔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지난 15일 발표된 ‘2022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결과 때문인데 심사위원엔 경남에 열심히 활동하는 문인이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남문인 지원금을 심사하는 자리에 경남 문인이 완전히 배제되다니요. 이런 일일수록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문인이 심사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이로 인해 채택된 문인들도 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진흥원 측에서는 “경남문인은 제척사유로 인해 경남문인을 배제했고, 규정 또한 위반하지 않았다”고 계속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법규 우선이냐 제대로 된 사업 실현이 목적이냐를 생각해보면 후자에 주안점을 둬야 할 일이라 여겨집니다.

    당시 문인들은 이번만은 집회와 규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한 번은 만나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원로분들의 권고로 경남도 문화예술과가 주관하는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여기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최소한의 요구를 수용해 준다면 집회는 보류키로 하고 앉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산회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집회를 강행하게 됐던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냉정을 되찾은 후 돌아보니 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수 해 동안 극복방안이 있었는데도 그동안 방치해 둔 것이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한쪽 일방만의 잘못이 아니라 함께 머리 맞대고 숙의하지 않은 문인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때로 실수할 때도 있습니다. 직원들은 부족한 인원으로 쏟아지는 업무를 감당하는 일이 힘겨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인은 한 해 농사를 공정히 처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심한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진흥원은 예술인을 위해 존재하고, 문인은 진흥원 직원들의 서비스로 상생의 효과를 얻어갑니다. 이런 부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문인단체의 대표로서 간담회 도중 흥분을 참지 못하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집회를 열고 규탄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문제점을 분석하고 더 나은 대책을 찾기 위함입니다. 글쟁이들의 상처 입은 자존심은 시간이 가야 새살이 차오를 것이고, 경남도와 진흥원이 입은 고통은 문인이 달래줘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테이블에 앉아 새로운 대안을 찾을 때입니다. 귀를 열고 대화해 보면 그리 어렵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봄이 왔듯이 우리들 마음에도 봄꽃이 활짝 피어나길 기원합니다.

    이달균(시인·경남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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