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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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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콘크리트 법칙, 3초의 타이밍- 옥영숙(시인)

  • 기사입력 : 2022-03-30 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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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은 왜 첫눈에 반할까? 상대를 사로잡는 첫인상의 심리학은 무엇일까? 옛날 농경시대의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살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삶이었으나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낯선 사람과 수없이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 시대는 판단이 빨라지고 감각적이고 즉흥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짓는 시대이다. 첫인상이 좋으면 모든 면이 좋아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첫인상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뇌가 처음 보고 느낀 것을 가장 오래 기억하도록 구조화돼 있고 첫인상은 콘크리트처럼 쉽게 굳어져 인간관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 첫인상을 보는 3초의 관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때 좋지 못한 첫인상은 콘크리트 벽처럼 굳어져 다시 좋은 이미지를 바꾸는데 40시간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는 사람이 저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말을 하게 되면 실제로 어떤 특성과 상관없이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결코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편리한 아파트에 살고 좋은 보금자리를 찾아 직업을 바꾸기도 하면서 낯선 사람과 수없이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첫인상이 마지막 인상이 될 수 있다니 무섭기도 하다. 돈으로 잘생기고 예쁜 얼굴을 만들 수 있으나 좋은 첫인상을 살 수는 없다. 첫인상은 첫 번째 기회인 동시에 유일한 기회로 모든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면 첫인상을 좋게 남기도록 집중해야 할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엘버트 메라비언은 1971년 자신의 저서 ‘침묵의 메시지’에 누군가와 첫 대면을 했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를 분석해서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결정하는 목소리는 38%, 보디랭귀지는 55%의 영향을 미치고, 말하는 내용 자체는 겨우 7%만 작용한다고 한다. 이를 메라비언 법칙, 7:38:55 규칙이라고 한다. 찰나의 손동작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며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93%나 된다는 것이다.

    국민적 관심으로 방송 후에 각종 포털 사이트에 인기 검색어를 장악하며 화제성을 이어가는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가 있다. 솔로 탈출을 간절히 원하는 싱글 남녀들이 사랑과 결혼 상대를 찾아 나섰다. 남녀 각 6명이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가상의 이름 영자 순자 영숙 영식 영철 영수 등으로 진행하는, 커플이 성사되면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극사실주의 리얼리티 데이팅 프로그램이다. 첫인상 투표로 첫 데이트를 하고 선택받지 못해 남겨진 사람들은 숙소에서 홀로 식사를 하거나, 또한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데 있어서 사물놀이 악기 중에서 똑같은 악기를 고른 남녀가 데이트를 한다. 운명처럼 데이트 상대가 되기도 하지만 자기소개 시간에 숨겨둔 매력을 한껏 발휘하며 인연을 찾기 위해 사랑이 간절한 그들은 적확한 표현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주일은 길고도 짧은 시간이다. 심쿵하는 풋풋한 연애사를 관찰자 입장에서 데이트의 설렘과 로맨스의 우여곡절을 시청하며 행동의 소리가 말의 소리보다 크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까지 6기가 방영됐는데 벌써 4쌍의 결혼 커플이 나왔다고 한다. 연애든 결혼이든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오늘도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 뒤 그 사람을 다시 떠올리면 무엇부터 생각날까? 말하지 않아도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본질에서 진정성 있게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살면서 아주 강력한 빛에 휩싸이는 경험은 드물다. 사람마다 사랑인지 편견인지 강렬한 끌림으로 빠져들거나 부담감을 느끼는 다양한 첫인상의 경험을 하게 된다. 첫눈에 반하는 경험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소통의 시작이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옥영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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