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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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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다를 바라보며 어부가 꾸는 꿈- 노동진(진해수산업협동조합장)

  • 기사입력 : 2022-04-12 20: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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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눈을 뜨면 바다가 보인다. 출·퇴근길에도 바다는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항상 바다와 함께 하다 보면 바다를 배경으로 연인들이나 가족들은 사진을 찍고, 아이들은 마냥 신기한 듯 배를 쳐다보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한켠에서는 어업인들이 그늘도 없는 햇볕 아래 찌푸린 얼굴로 어구를 손질하기 바쁘고, 일터로 나가기 위해 무거운 닻을 힘겹게 올리고 있다.

    바다가 어떤 이에겐 기쁨과 행복을 주는 추억의 장소, 어떤 이에겐 걱정과 한숨을 주는 삶의 터전이다.

    같은 바다인데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수산업은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 어업인들에게 바다는 행복보다는 걱정거리가 돼버렸다. 진해어업인들은 부산항 신항으로 이미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고, 앞으로 진행되는 진해신항으로 그나마 남은 조업 구역을 내어주며 삶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바다모래채취 및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등 어업인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 생계 위협은 물론 그 입지마저 무색해지고 있다.

    물론 어업인들이 이러한 국책사업을 막무가내식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직·간접적으로 어업인에게 도움을 준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음에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 개발에 따른 조업 구역 축소에 대한 대안 마련이나 어업인이 살 수 있고 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고 현실적인 고충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는 노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국가나 지자체가 진행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수시로 상황을 알려주고 허심탄회하게 협의할 수 있는 소통의 과정이 없다 보니 어업인들은 불신하고 반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발로 인해 국가가 취하는 이득만큼 어업인에게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행복한 미래를 누릴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어촌마을에서는 새로 배를 만들면 만선을 기대하며 오색 깃발을 세워 배를 꾸미고, 동네 사람들에게 잔치를 베푸는 진수식을 한다. 하지만 최근 어촌에서는 이런 풍경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바다에 대한 기대도 희망도 사라진 지 오래가 돼버렸다.

    바다를 더 이상 ‘항만’의 개념이 아니라 ‘해양’의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민·관이 서로 상생할 수 있고, 개발사업 속에서도 어업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해 만선의 깃발이 다시 한번 나부낄 수 있는 어부에게도 희망의 꿈을 꿀 수 있는 삶의 공간이 됐으면 한다.

    하나의 바다가 기쁨과 한숨의 서로 다른 시선이 아닌 행복을 희망하는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바다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노동진(진해수산업협동조합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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