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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상생협력·동반성장’ 거창한 구호 되지 않길-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4-12 20: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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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이 흔들리면 산업계 전체가 무너진다고 다들 이야기하는데 현장 기능인력에 대한 대책이나 지원은 요원합니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건 임금과 근무환경 등에서 차이가 나는데 구조적인 개선없이 마냥 우리 회사에 오라고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죠.” 창원산단 내 한 중소기업 사장의 얘기다. 뿌리산업은 최종 완성품의 성능과 품질 경쟁에서의 핵심 요소다. 하지만 흔히 위험하고, 더럽고, 어렵다는 3D업종인 데다 낮은 부가가치율로 사업주들이 수년째 공장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청년 실업률이 높다지만 최근 뿌리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현장 기능인력 부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뿌리기업과 매출액은 3만602개, 162조3000억원으로, 전체 제조업체(44만766개)의 6.9%와 전체 매출(1896조3000억원)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뿌리산업 지표만으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3만2606개였던 뿌리기업 사업체 수는 2019년 3만602개, 2020년 3만553개로 줄었으며, 전체 매출액도 2018년 165조2000억원에서 2019년 162조3000억원, 2020년 152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종사자 규모 감소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뿌리산업 종사자 수는 2018년 55만5072명에서 2019년 51만6697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20년에는 49만936명으로 5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3D라는 이미지와 실제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기존 노령화된 종사자의 퇴직과 함께 국내 구직자들이 취업을 꺼리면서 기능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기준 국내 산업기술인력은 165만명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부족인원은 3만6450명으로, 2.2%의 부족률을 기록했다.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부족률은 높아져 중소기업은 산업기술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와 구인난 차이는 노동집약산업에서 기술집약산업, 지식집약사업으로 경제구조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60~1980년대 부품을 수입해 저임금 노동으로 가공해서 수출하는 때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크지 않았지만 이후 중국의 산업화로 대기업들이 자동화 설비로 고용인력을 줄일 때 중소기업은 노동집약산업에 머무르면서 간극이 벌어졌다. 일본과 독일 등 다른 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50~60%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당장 수출하기 위해 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갖추려다 보니 중소기업에 전가한 탓이다.

    최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대기업이 최대 이익을 내면 납품 중소기업도 같이 최대이익을 남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익 뿐 아니라 기술과 지식경제에 맞는 숙련공들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공급돼야 한다. 정부 역시 산업계에서 필요한 인력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파악해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상생협력·동반성장의 거창한 구호보다 당장 손에 잡히는 지원이 절실하다.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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