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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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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 집행자인 공무원의 책임과 의무 - 윤익열 (김해시 송무팀장)

  • 기사입력 : 2022-04-13 21: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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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의 발전은 민주주의 발전과 그 괘적을 같이 한다. 기원전 21세기 세계 최초 성문법전인 우르나무 법전이 만들어진 이래, 왕이 모든 권력을 행사하던 시대에도 법은 존재했지만 법 집행에 있어 평등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의회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국민의 대표인 의회에서 법을 정하고 모두가 평등한 법의 지배를 받는 법치주의 사회로 진입하면서 법은 누구나 지켜야 하는 사회적 약속이자 공동체를 존속하는 근간이 됐다.

    그렇다면 법 집행자인 공무원과 법의 관계는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고,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얼마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맥주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공무원의 잘못된 법 해석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피해자의 호소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맥주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다만, 품질유지기한이라 하여 음용을 권장하는 기간을 표기해 판매하는데, 품질을 유지하는 기간일 뿐 유통기한과는 다른 개념으로 품질유지기한이 경과했더라도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판매에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은 식품위생법상 품질유지기한도 유통기한에 포함된다며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업주에게 영업정지 한 달이라는 위법한 행정처분을 했다. 해당 공무원이 법 담당 기관인 식약처에 간단한 유권해석만 의뢰했더라도 벌어지지 않았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유통기한’과 ‘품질유지기한’ 문언적 의미만으로도 다른 문구를 해석함에 있어 공무원의 잘못된 법 집행이 업주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남겼는지 그 공무원은 알고 있을까? 영업주는 영업정지로 인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와 함께 사업장 이미지 손상으로 찾아오던 단골 손님마저 끊겼고,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어렵게 버텨오다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 자치단체는 뒤늦게 업주에게 사과했지만 이미 행한 잘못된 행정 처분의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침익적 행정 처분의 근거 법령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확대, 유추해석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무원의 잘못된 법 집행은 위법 부당한 행정 행위로 귀결되고, 결국 각종 소송, 행정심판 등 불필요한 쟁송으로 이어져 행정력 낭비와 사회적 비용부담을 초래해 국민과 공무원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법은 그 자체가 존엄한 것이 아니라 부당한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수호하는 수단이기에 존엄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법 집행자인 공무원은 법이 국민이 아닌 국가 또는 권력을 위한 도구가 되는 순간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협할 존재로 변질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국민이 부당한 법 집행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윤익열 (김해시 송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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