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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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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이제 지방선거다! - 이재달 (MBC경남 국장)

  • 기사입력 : 2022-04-13 21: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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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대단지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입주가 시작되고 주민들이 채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이 입주민 대표가 선출됐다. 입주 초기라서 아파트 단지에는 말라죽어가는 정원수가 속출하고 쓰레기 배출물은 넘쳐났으며, 각종 하자 보수 건이 줄을 이었다. 이렇게 민원이 폭주하는데도 입주민 대표로서 제대로 일을 하거나 역량을 발휘하지 않았다. 그는 입주민 대표를 봉사의 자리가 아니고 작은 권력의 자리로 여겼던 것 같다. 임기가 만료되고 후임으로 40대 주부가 선출되자,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던 아파트 민원이 단번에 해결되기 시작했다. 주민들 간 소통 창구는 활기를 띠었고, 아파트 환경은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했다.

    한 사람의 입주민 대표에 따라서 아파트 환경이 이렇게 바뀐다. 대통령이 바뀌고 장관이 바뀐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 동네 가로등이 보수되고 움푹 파인 길이 포장되는 것은 내가 사는 지역의 시·군의원, 도의원, 그리고 시장군수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사실 일반 시민들은 청와대나 정부 청사에 평생 한 번 갈까 말까 하고, 또 아득히 먼 곳으로 느낀다. 그러나 행정복지센터나 시·군청은 일상생활에서 불편이 있으면 쪼르르 달려가는 곳이다. 다시 말해 내 삶에 변화를 주고 내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은 저 멀리, 저 높은 곳에 있지 않고 내 동네의 행정복지센터, 그리고 시청이나 군청에 있다. 그리고 시·군의원, 도의원, 시장·군수, 도지사가 주요 역할을 한다.

    전쟁같이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여 전에 끝났고 우리는 또다시 선거를 맞고 있다.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다. 내 삶과 밀접한 선거이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자치단체장을 잘 뽑아야 한다고 아무리 강조한들 지나치지 않는다. 경남도민이 선출한 도지사만 보아도 유권자의 선택이 현명해야 함을 일러준다. 직전 선거에서 뽑았던 도지사(김경수)는 지금 교도소에 가 있다. 그 이전의 도지사들(홍준표, 김두관, 김태호, 김혁규)은 줄줄이 중도에 사퇴하고 자기 꿈을 좇아 미련 없이 도청을 떠났다. 경남도민이 사람을 잘 키운 것인지, 판단을 잘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민의를 제대로 충족시킨 시장, 군수도 그리 많지 않다. 지방 의회는 지역 토호 세력의 놀이터며, 공무원들에게 ‘갑질’하는 자리라는 눈총이 아직도 여전하다.

    그러고 보니 우여곡절을 겪은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도 꽤 깊어져 간다. 전쟁 중이던 1952년 처음 지방의원을 선출했지만, 제3공화국 들어와 중단된 지방자치다. 그 후 1991년에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에는 자치단체장까지 직선제로 선출함으로써 완전한 자치의 틀이 갖춰졌으니, 이제 지방자치가 어느 정도 자리매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행정학 교과서는 한결같이 지방자치를 민주정치의 구현과 발전에 필수적이라고 찬양한다. 스미스(j.j.Smith)는 “지방자치단체는 민주주의의 고향이며, 생동하는 지방자치는 민주정치의 성공적 운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는 정치의 민주화를 구현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기초를 다지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흔히 지역주민의 자치능력과 민주적 양식을 배양하는 민주정치의 학교라고 하는 이유다.

    착실하게 진전하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 구조에 부딪히고 있다. 게다가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확증 편향의 확산과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민주주의는 심하게 위협받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방자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가오는 6·1 지방선거는 내 삶의 질을 높이고 민주정치를 구현할 또 한 번의 기회다. 그간 대선에 집중했던 관심을 지방선거에 돌려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는 내 삶을 바꾼다!

    이재달 (MBC경남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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