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공정과 상식, 그리고 통합- 이종구(김해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4-19 20:32:38
  •   

  •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인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임기 내내 편가르기와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이면서 가슴 떨리도록 멋진 이 말이 희화화되는 것을 지켜봤다. 다수 국민이 알다시피 윤석열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평등, 공정, 정의’가 얼마나 가식적인지 세상에 드러냈고, 그 업보로 정권으로부터 큰 고초를 겪었다. 그래서 국민들이 그를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이고 응원해 대통령 당선까지 시켰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의 최근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검찰총장 시절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으로 받아 들여졌던 그가 맞는지 의아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공정과 상식, 통합’을 차기 정부의 국정 방향으로 내세워왔다. 우선 공정과 상식 측면에서 보면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지명을 들 수 있다.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 후보자는 지명 순간부터 두 자녀의 의과대학 편입학과 아들 병역 관련 의혹에 휩싸였다. 정 후보자는 의혹이 확산되자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아빠 찬스 논란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빠 찬스 논란이 확산되자 정 후보자가 직접 해명에 나선 것까지 조국 전 장관과 거의 판박이 수순이다. 정 후보자의 해명처럼 그를 둘러싼 의혹이 말 그대로 사실이 아닌 의혹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윤 당선인의 발언이다. 배현진 대변인의 입을 빌렸지만 윤 당선인은 정 후보자의 각종 의혹에 대해 ‘부정의 팩트가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는 정 후보자가 사퇴할 만큼 사실로 드러난 의혹이 없다는 의미로, 조국 전 장관을 수사했던 윤 당선인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문 정부의 내로남불, 내편 감싸기까지 닮아가는 것인가.

    다음으로 통합 문제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을 6일 앞두고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한 뒤 국민들에게 ‘국민통합정부’, 즉 공동정부를 약속했다. 그는 당시 “국민통합정부는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승자독식, 증오와 배제, 분열의 정치를 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 안철수 인수위원장 측 인사를 한 사람이라도 국무위원 후보자로 발탁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이는 안 위원장과 약속을 깬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한 통합의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대선에서 패배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를 지키겠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나선 민주당에 맞불 대응해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통합 차원에서 현명한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울고 싶은데(검수완박) 뺨 때려준(한동훈 지명)’ 격으로, 향후 정국만 더 꼬이게 만들 소지가 크다.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지면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정신 승리한 민주당은 현재 분위기를 봤을때 윤석열 정부에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민주당과 최소 2년 동안은 여소야대 상태로 지내야 한다. 윤 당선인이라도 국민을 위해 후보 시절 천명한 ‘공정과 상식, 통합’의 약속을 지켜줬으면 한다.

    이종구(김해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종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