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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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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희망- 김흥구(행복한요양병원 부이사장)

  • 기사입력 : 2022-04-20 20: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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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화를 시샘하는 날 선 바람에도 꽃이 핀다. 매화는 차가움을 이기며 피고, 산수유는 노란 빛깔로 정취를 더하며 피고, 도청 앞마당에 목련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피고, 참꽃이 피고,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온 사방에 만개하면 봄은 무르익는다. 남녘의 봄은 섬진강 자락에서 시작해 동서남북으로 수채화 물감처럼 번져 나간다. 강변 주위에 차가운 겨울을 묵묵히 견디며 참아온 나무들이 따스한 봄기운의 시절 인연을 만나 그 위용을 드러낸다. 온 산들에 듬성듬성 신록이 배어 난다. 무엇을 해도 좋은 호시절에 사진을 찍으면 자체가 예술이다. 천주산을 바라보면 진달래가 사태 지고, 낙동강 고수 부지에는 춘정이 넘쳐난다.

    북면 들판에는 농심이 분주하다. 지력 보강을 위해 객토를 하고, 개천의 물 흐름을 위해 바닥을 파내고 다듬는다. 명호제 아래 오리와 철새들의 놀이터인 하천은 겨우내 장비를 투입해 개선을 하고, 레미콘을 타설 하며 공사하던 것이 모두 한 해 농사 채비를 위한 것이다. 북면은 단감의 고장이다. 감나무도 겨울잠을 마치고 싹 틔움을 시작한다. 나무 아래 아래마다 비료가 놓이고, 전정을 하며, 한해의 수확을 향한 농부의 손놀림이 재빠르다. 젊은 시절 무심코 지나치던 시기에는 계절의 순환과 꽃의 제전이 당연시 여기던 것이, 이제는 중년이 돼 이를 찾아 나서는 일이 일상이 됐다. 신록으로 은유되는 청춘이 꽃만큼 아름다워 서였을까. 젊음의 열정이 꽃의 제전보다 더 화려해서였을까. 아무튼 그때는 그리했다.

    젊음을 간직한 2040 세대는 각자 다른 정서를 가지고, 현재 상황에서 고민의 방향은 같은 듯 다르다. 20대의 핵심적 불안감은 사회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한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주된 듯 하나, 주거 불안에 대한 관심도 높다. 대체로 가정을 이루는 시기인 30대는 의외로 노후 불안을 드러내고, 자녀 교육과 주거 준비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한다. 불혹의 나이에 들어도 불안감은 이어진다. 40대는 양질의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과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과 함께 직장의 고용 불안을 더한다. 어느 세대 어느 시기에도 맘 편한 날이 적다. 모두가 마음이 빚어내는 착시라 해도, 맘 또한 순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렇듯, 2040 세대가 느끼는 사회의식의 저변에는 불안감과 양극화에 대한 불편함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가 희망을 갖고 생활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태임은 분명하다.

    자본주의의 성숙에 의한 물질과 문명의 발전은 양극화를 수반한다. 일찍이 산업화를 경험한 일본도 미국도 유럽도 비켜 가지 못한 사회 현상이다. 4차 산업혁명의 발달은 이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 대기업 중소기업 간 양극화, 정규직 비정규직 양극화, 학력에 따른 취업 기회의 양극화 등은 사회 전체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나라님이 백성의 가난을 구제하기는 어렵다. 국가의 한정된 재정을 통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여 복지국가를 건설하고, 국민의 삶을 떠 받치는 다양한 영업 행위와 기회 제공에 있어, 균등하고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규제를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인이 될 것이다.

    이른 봄에 구산면 욱곡리 지인이 사과나무를 보내왔다. 수령이 50년 넘은 고목이다. 고목에 꽃이 핀다더니, 며칠 새 활짝 새움을 틔웠다. 희망의 징표다. 코로나 긴 여정으로 국민은 우울하다.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가는 길에서 기대를 걸어보자. 진영 논리와 시장의 무기력으로 점철된 지난 세월도 종착역에 이른다. 새 정부의 활약을 기다려 보자.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단골 손님은 철새들이다. 이당 저당 기웃하는 날새와 함께 생뚱맞게 고향 봉사 운운하며 지방선거에 얼굴을 내민다. 우직하게 척박한 고향을 지키며 일해 온 일꾼들의 선전도 기대해 보자. 어차피 지금은 희망과 동행해야 할 때이니까.

    김흥구(행복한요양병원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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