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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옻순- 전제웅(창원시 성산구)

  • 기사입력 : 2022-05-03 20: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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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옻순을 사러 전통시장을 찾았다. 길가 좌판에 두릅과 가죽나무순은 여기저기 몇 군데나 팔고 있는데 옻순은 찾을 수가 없다. 시장을 한 바퀴 빙 돌아 나오는 길에 할머니 한 분이 나물을 팔고 있어 물어보니 옻순이 있단다. 딸기 대야 같은 빨간 소쿠리에 옻순을 한 줌 올려놓고 5000원이라며 좀 더 줄 수 있단다. 옻순이 든 자루로 향하는 할머니의 손을 제지했다. 혼자 먹으려면 소쿠리에 있는 것만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봄철 일교차가 많은 날이면 내 몸은 이상하게 컨디션이 다운된다. 이때, 그 처방으로 옻순을 데쳐 삼겹살에 싸서 먹으면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몸에 열이 나면서 원기 회복에 도움을 받곤 했다. 예전에는 시골 뒷산에서 옻순을 채취해 오곤 했다. 옛날 아버지가 심어 놓은 참옻나무 한 그루가 번져 이제 열 그루 정도가 돼 있다. 봄이 오면 홀로 계신 어머니도 뵐 겸 시골에 가서 옻순을 몇 개 따와서 데쳐 먹곤 했는데 어머니가 요양원에 입원하고부터는 시골에 갈 일이 없어졌다.

    시장에서 사온 옻순을 데쳐보니 그 양이 제법 많다. 남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나머지 두 개까지 다 먹어치웠다. 다 먹지도 못할 것을 더 달라고 한 것이 후회가 되는 순간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다 못 먹을 줄 뻔히 알면서 한 개라도 더 얻어오려는 마음이 얄궂다.

    전제웅(창원시 성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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