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작가칼럼] 주인공으로 사는 법- 김효경(시인)

  • 기사입력 : 2022-05-05 20:42:23
  •   

  • 나의 인생을 누가 대신해줄 순 없다. 신(神)도 부모도 그 누구도. 흔히 인생을 마라톤과 비유하는 것도 그 긴 시간 동안 자신이 자신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생엔 각본이 없다. 물론 어떤 공식도 형식도 없다. 단지 삶이란 무대에 ‘나’를 주인공으로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만 있을 뿐이다.

    일찍이 에디슨은 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며 그 비중을 99%라고 했다. 실제 그는 나머지 1%를 채우기 위해 정말 많은 땀을 흘렸다고 한다. 그 시작이 호기심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빠짐없이 노트에 적어두는 일이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탐구와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거듭됐을 것이고 그렇게 에디슨의 역사는 이뤄졌을 것이다.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심지어는 실패하기까지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애쓰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생활 자체도 전부 노력이 된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에서부터 밥을 먹는 것, 시간 맞춰 출근하는 것,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려 하는 것, 그리고 퇴근하는 것, 공부하는 것, 게임을 하는 것,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는 것, 기다리는 것, 가게 문을 여는 것, 병마와 싸우는 것,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것, 완벽한 무대를 위한 예술인들의 피눈물 나는 연습 등등 더 나은 삶을 추구하며 행하는 모든 행동이 그러하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잘 되지 않는 일이 너무 많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버린 집값을 비롯해 삶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한 자산의 증가 속도는 월급쟁이 살림으로는 따라잡기 힘들어졌다. 특히 취업난 때문에 사회와 고립돼 은둔 생활을 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나라의 미래까지 암울하게 해준다.

    살아가면서 때론 쓴맛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인생을 알고 단맛의 진미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차라리 그런 것들을 모르고 살아갈지언정 쓴맛을 맛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라톤을 하는 동안 어디쯤 반드시 오르막이 있듯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많은 오르막을 만난다. 그럴 때 그냥 주저앉아버릴 건가?

    ‘마린보이’ 박태환이 처음 올림픽에 나간 것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다. 당시 만 14세의 어린 그는 긴장한 나머지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도 전에 물에 뛰어들었고, 팔 한 번 제대로 저어보지 못하고 그만 실격당하는 낭패를 당한다. 아쉽고 억울한 마음에 2시간 가까이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다는 그는 귀국 후 출발 연습에 집중하며 지독한 훈련을 한 결과 2년 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200m, 400m, 1500m 금메달을 따 3관왕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출전 종목 7개 전부 메달을 획득, 대회 MVP에도 선정되는 쾌거를 이룬다. 이후 베이징과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 선수권 대회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의 그의 활약은 수영 천재라는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눈부셨다. 그가 만약 처음 실패했을 때 주저앉았었다면 오늘날 박태환의 존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내 인생에 멋진 주인공이 되고자 한다면 나에게 닥쳐온 상황을 거부하지 말자. 그리고 애써 움직이자.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실현할 수 없다.

    김효경(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