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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5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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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소나기 캠페인 2022] (5) 36년간 후원 조범무·이혜란 부부

“모든 아이는 행복해야 합니다, 그것은 어른들의 책무죠”

  • 기사입력 : 2022-05-10 08: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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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신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경남지역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나눔 이야기(소·나·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소나기 캠페인의 다섯 번째 순서로 36년 동안 후원을 이어온 장기 후원자인 조범무(72)·이혜란(64)씨 부부를 만났다.

    36년 간 끊임없이 나눔을 실천한 조씨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명예의 전당에 특별고액장기후원자로 올라 있다. 긴 시간 동안 나눔을 실천해 지금까지 쌓인 후원금은 1800여만원. 그는 “36년의 후원은 전부 아내의 허락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아내인 이씨를 바라봤다. 이씨는 “남편이 좋은 일을 한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1986년 에디오피아 아동에 첫 나눔 실천
    10년간 천안함 희생자들 자녀 후원도
    36년간 쌓인 후원금 1800여만원 달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명예의 전당’ 올라

    ‘구두쇠’ 소리 들었지만 후원 아끼지 않아
    옳은 나눔 위해선 공신력 있는 기관 중요
    “후원 멈추는 것은 마음의 짐을 이는 것
    작은 베풂으로 행복한 아이 많아졌으면”

    조범무씨가 아내 이혜란씨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명예의 전당에 오른 자신의 명패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범무씨가 아내 이혜란씨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명예의 전당에 오른 자신의 명패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행복할 자격이 있다= 조씨가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6년, 국방기술품질원에 재직하던 당시였다. 회사 차원에서 후원자 신청을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게 됐다. 조씨의 첫 나눔은 에티오피아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결연 후원이었다. 2008년을 마지막으로 아동의 결연 후원이 종료됐지만 지금도 그 이름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조씨는 “데차사 샨벨”이라며 아이의 이름을 중얼거리더니 “어머니와 둘이 사는 눈이 참 예쁜 아이였다”고 설명했다.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있지만 마음은 가까이 있었다. 자신의 근황을 알리며 주고받는 편지가 조씨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데차사의 후원을 시작으로 장기간 나눔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나눔의 목적이 조씨 부부의 이념과도 맞았기 때문이다. 부부는 모든 아이들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것이 어른의 책무라고 덧붙인다.

    부부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도 먼저 희생한 장병들의 자녀들을 떠올렸다. 조씨는 “희생 장병들이 모두 젊은이들이더라. 그만큼 자녀들도 어린 아이들이다. 남겨진 아이들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고 밝혔다. 그는 10년간 천안함 희생자들의 자녀를 위한 나눔을 실천했었다.

    ◇나눔은 다시 돌아오는 것= “아버지가 그렇게 오래 후원을 하고 있었다고요?”

    조씨의 장기 후원을 알게 된 그의 자녀들은 깜짝 놀랐다. 그는 절약 정신이 투철한, 이른바 ‘구두쇠’ 소리를 듣기도 했다. 아내인 이씨는 “고속도로를 가다가도 자녀들이 뭘 사 달라고 할까 봐 휴게소도 바로 지나가 버렸다”는 일화를 밝히면서 장난스럽게 눈을 흘기기도 했다. 조씨는 “어릴 때 딸의 옷을 이웃에게 받아 물려주기도 했던 터라 자녀들은 어릴 때 ‘우리 집이 못 산다’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웃었다. ‘필요한 비용만 최소한으로 지출하자’는 경제 관념이 있던 조씨이지만 나눔은 또 달랐다. ‘불필요한 지출’이 아닌 ‘저축’이라고 얘기한다. 어느 곳이건 베푼 나눔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철학이 있다. 그리고 이런 철학이 여기저기 전파된다면 나눔이 풍족한 사회가 되리라 믿고 있다.

    그렇기에 조씨의 나눔 철칙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맡기는 것’이다. 많은 나눔을 해도 옳은 곳에 쓰이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한다. 그는 “직장 동료도 후원을 하고 싶다고 물어봐서 무조건 투명한 기관을 알아보라고 했다. 결국 동료도 어린이재단에 후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눔을 그만두는 것은 마음의 짐을 이는 것= 후원 기관의 정기 후원자들은 으레 은퇴 이후 후원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다. 은퇴자에게 소액이라도 매달 내는 돈은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퇴한 지 2년이 지난 조씨는 나눔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10년을 이어갔던 천안함 아동 후원이 종료됐을 때에도 며칠은 잠에 들지 못 했다. 그는 나눔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도 힘든 환경에 처해있는 아이들이 많이 있는데, 나눔을 그만둔다 생각하면 그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마음이 짐을 인 것처럼 무거울 것 같아요. 배를 곯지 어떻게 마음을 곯겠어요. 가능한 오래 나눔을 실천해 제 작은 베풂으로 행복해지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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