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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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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회자정리(會者定離)-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2-05-12 20: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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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아는 사람들이 줄어간다. 친지도 친구도 지인도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죽음에 대해 익숙해질 만도 하고 그러려니 하고 살면서도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쉽지가 않다. 올해도 여러 사람들의 별세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동시대를 살아왔던 사람으로서 마음 한구석에 기억 한편에 추회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 꽃다운 17세에 만주로 끌려가 끔찍한 위안소 생활을 하고 귀향해서는 위안부였다는 낙인이 찍혀 날품팔이 등을 하며 어렵게, 외롭게 살아왔지만 그렇게 소원이던 일본의 사과한마디를 듣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40명이었지만 올해 2명이 세상을 떠나고 이제 남은 생존자는 경남 1명을 비롯해 모두 11명 뿐이다.

    ▼저항시인으로 불리는 김지하 시인. 용돈 받아 술이나 마실 줄 알던 대학 새내기 시절, 대학가 술집골목마다 떼창으로 부르던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라는 비장한 노래가 귀에 꽂혔다. 가사 내용을 채 이해하지 못하면서 목청껏 따라 불렀던 전율스러웠던 그 노래는 시인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이었다. 그의 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시로써 세상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돼 있다. 석가모니는 임종을 앞에 두고 제자들에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만나면 반드시 이별을 한다”고 남겼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회자정리 (會者定離)가 그런 뜻이다. 미약한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생과 사에 대한 숙명이자 냉정한 현실을 말한다. 매일 누군가는 태어나고 또 누군가는 죽는다. 그렇게 삶과 헤어짐이 반복되고 있지만 매번 부음소식은 반갑지 않다.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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