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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어린이 친화도시에 대한 유감과 기대- 김일태(시인·(사)고향의봄기념사업회 회장)

  • 기사입력 : 2022-05-18 20: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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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정권이 시작됐다. 6월 1일이면 지방정부도 의회도 새로운 권력이 선택될 것이다. 지방선거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매일 휴대전화로 도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출마자들로부터 수많은 홍보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후보자들의 공약대로라면 누구나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지상낙원이 이뤄질 것만 같다. 하지만 모두 서로 짠 듯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이 별로 없는 선심성이라는 걸 알기에 문자를 받아도 기대보다는 씁쓸한 기분이 앞선다.

    필자로서는 그중 제일 아쉬운 부분이 미래 세대에 대한 정책이다. 1970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인구통계 작성 이후 유례없이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출산율 1명 미만으로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꼴찌는 말할 것도 없고 향후 얼마나 더 떨어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나 지자체는 말로만 위기라 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그렇다 보니 최근 몇 년 사이 인구 감소 때문에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이 노름판에서 베팅이라도 하듯이 고육지책으로 풍선 효과처럼 무의미한 출산 장려금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10여년 동안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어린이 행복 지수가 매년 꼴찌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이 출산율 꼴찌, 인구 절벽과 무관할 수 있겠는가. 아이를 낳아봤자 부모는 힘들고 아이는 행복하지 않은 환경이라면 어느 젊은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중앙이나 지방정부에서 저출산 정책 기조를 출산 장려에서 삶의 질 개선으로 전환하겠다고 그럴싸한 선언을 하고 있다. 이른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를 표방한 ‘어린이 친화 도시’이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인구가 모여들게 하는 전략이다. 물론 저출산 극복을 위한 문제는 젊은이들이 그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살게 하는 실질적인 노력으로서 청년 일자리 지원과 결혼 출산 주택 문제 개선 등 복잡한 조건과 연결돼 있긴 하다. 그러나 서울의 8학군 사례에서 보듯이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이면 높은 집값과 생활비를 감내하면서도 사람들은 몰려들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면 아이를 낳게 되는 것도 상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창원과 김해를 비롯한 경남의 여러 지자체가 앞다투어 ‘어린이 친화 도시’를 선언했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필자로서는 이 선언이 참 반갑다. 그러나 지자체장들이 전시 효과만 노리는 구호나 정치적인 쇼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그 선언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한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정책이나 사업 예산 수반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이 친화 도시는 정책적 배려가 중요하다. 그리고 지자체장의 임기 내 마무리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어린이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순수한 열정과 미래의 희망을 주는 후보자 이미지 창출에 공들여 포장하다가 선거 끝나면 무시해버리거나 아이들 관련 사업들이 해마다 예산과 규모가 줄어드는 정책으로는 ‘어린이 친화 도시’가 구현될 수 없다.

    올해는 어린이 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라 특히 5월은 어린이 인권,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에 관한 관심이 유달리 높다. 그래서 필자와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은 미래 세대에 대한 공약을 눈여겨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어린이가 행복할 수 있을까, 무엇이 진정한 어린이 친화 도시일까.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동심을 가꾸면서 창의력을 육성시키는 동시에 주체적 삶을 살아가도록 배려하는 정책과 이에 따르는 다양한 사업이야말로 ‘어린이 친화 도시’의 완성을 위한 필수라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이 선출될 지자체장들에게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도 과감한 실천을 기대해본다.

    김일태(시인·(사)고향의봄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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