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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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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공연기획의 달인 한상훈 함안문예회관 공연기획담당

전국 돌며 좋은 공연 유치… “함안 문화축제 만드는 게 꿈”

  • 기사입력 : 2022-06-02 00: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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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조그마한 소도시에서 이렇게 고퀄리티의 공연을 기획하셔서 품격 높은 공연을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서울 포함 부산, 대구, 경남의 공연장 많이 다녀보았으나 최근 함안문화예술회관의 프로그램이 참 좋습니다.”

    함안문화예술회관 공연을 본 이들이 남긴 후기다. 함안문화예술회관은 군 단위의 작은 공연장을 갖고 있지만 다양하고도 좋은 기획공연을 유치하면서 이미 주변에는 정평이 나 있다. 유키 구라모토, 빈 소년 합창단 등 지방에서 보기 어려운 공연도 많이 유치했다. 함안문예회관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더해졌고, 그 중심에는 공연기획을 담당하는 한상훈(45) 감독이 있다.

    함안문예회관 공연기획 담당 한상훈 감독이 객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함안문예회관 공연기획 담당 한상훈 감독이 객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함안문예회관에서는 5월 손열음-조성현 듀오 리사이틀, 연극 ‘꽃은 사절합니다’, 이은결의 MAGIC & ILLUSION 등 기획공연이 열렸고, 6월에는 뮤지컬 ‘또 오해영’, ‘쎄시봉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유치하기는 너무도 어렵다.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직격탄도 맞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 함안문예회관은 오히려 돋보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2021 문예연감’에 따르면 2020년 경남 문화시설 중 공연과 전시가 많이 이뤄진 5곳에 함안문예회관이 포함됐다. 시각예술 4건, 공연예술 29건 등 총 33건의 공연·전시가 이뤄졌다. 국악 2건, 양악 9건, 연극 10건, 무용 2건, 혼합 6건으로 장르도 다양했다.

    “코로나 펜데믹 시대, 지친 우리 부부에게 청량한 위로감과 한 움큼의 추억보따리를 선사했다. 한 편의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이를 무대에 올려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을 청중들에게 선사해 주는 일. 친근한 이웃과 같은 함안문화예술회관이 늘 해주어서 예술의 향기에 푹 빠져드는 호강을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함안인으로서의 자긍심도 흠뻑 느낀다.”(공연 후기 中)

    한상훈 감독은 “대부분 공연장은 기획공연이 월 1회인데, 저희는 많이 할 때는 4~5개 하고, 지금도 평균 2~3개를 하고 있다”며 “함안이 작지만 인근 대도시가 있어 군민의 문화 욕구와 수준은 높다”고 말했다.

    함안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도 적지 않다. 7월 공연 예정인 ‘굳세어라 금순아’는 전국 10곳에서 공연하는데 경남에서는 함안 공연이 유일하다. 오는 11일 공연하는 ‘또 오해영’ 역시 서울 투어를 마친 후 지방 첫 공연이 함안이다.


    거제 소년, 함안에 정착하다

    고향서 고교 졸업 후 조선소 일하다

    레크리에이션 관심 생겨 대학 진학

    무대예술과 편입·졸업 후 공연장 근무

    2006년 함안 와 계약직으로 출발


    지금은 함안에 뿌리를 내리고 공연을 기획하고 유치하는데 몰두하지만, 한상훈 감독의 고향은 거제이고, 처음부터 공연 쪽 일은 한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조선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교회를 다니면서 레크리에이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전남과학대 모델이벤트과에 진학했다. 그러던 중 수업을 통해 무대예술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졸업 후 상명대학교 무대예술학과에 편입했고, 대학원까지 마쳤다. 이후 서울에서 시어터 드림, 동숭아트센터 같은 공연장에 근무하다 2006년 5월 1일 계약직으로 함안문예회관으로 오게 됐다.

    “처음 왔을 때 시설, 예산, 인력 상황을 보고는 막막했죠. 그래도 잘 지어진 공연장이었고, 서울 예술의전당은 아니더라도 함안예술의전당을 꿈꾸며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무대와 공연기획 등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한상훈 감독은 낮에는 무대감독 업무를 하고, 밤에 남아서 서류작업 등 행정업무를 하면서 고군분투했다. 제대로 된 공연장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2007년에 전문공연만 할 수 있게 조례도 개정했고, 홈페이지도 만들고, 공연장 유료화도 단행했다.

    계약직으로 시작한 한 감독은 2012년 별정직 공무원으로 전환됐고, 현재는 일반직인 전문경력관이 됐다. 2019년 조직진단을 통해 인력 확충에 나서면서 공연기획 담당 부서가 만들어졌고, 한 감독이 부서를 이끌고 있다.


    공연장 시설·무대 개선에 힘 쏟다

    낮엔 무대감독·밤엔 행정업무 고군분투

    17년간 꾸준히 시설·장비 업그레이드

    스타인웨이·야마하 피아노도 보유

    무대 뒤 조명·안전시설까지 꼼꼼히


    공연장 시설과 무대의 중요성을 절감한 한 감독은 지난 17년 동안 무대, 장치, 조명, 음향 등에 있어 시설을 개선하고 장비를 구입하는 등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주도했다. 공연장에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좋은 소리를 위해 구조부터 위치는 물론 바닥 자재와 페인트까지 건축음향에 세심한 신경을 쓰면서 예산이 확보되면 투자를 통해 시설을 개선했다.

    한 감독은 “가격만 싸다고 보러 오는 게 아니다. 음향 등 모든 부분이 대도시만큼 올라가야 찾아온다”며 “군부 중에서는 크기만 작다 뿐이지 시설이 최고 사양이라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더 그레이티스트 공연 정말 좋았습니다. 공연장 음향이 정말 좋았어요. 리뉴얼 최고!! 서울의 몇 공연장만큼 좋았어요. 무대는 작지만 소리가 좋아서 클래식 공연장으로 손색이 없을 듯” 등 공연 후기가 이를 증명한다.

    한상훈 감독이 본인이 유치한 공연·전시 포스터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상훈 감독이 본인이 유치한 공연·전시 포스터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함안문예회관은 지방 공연장으로는 드물게 스타인웨이, 야마하 피아노를 보유하고 있어 임차 없이도 공연이 가능하다. 손열음-조성현 공연이 그 예다. 그는 ‘출연자가 만족해야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분장실과 대기실은 물론 무대 뒤편 조명과 안전시설까지 신경 쓰고 있다.

    함안문예회관은 유료회원제로 운영하고 있고 현재 1만4000여명이 등록돼 있다. 보통 지방 공연장 회원이 1000명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으므로 인기가 높아 회원 중 40%가 다른 지역 주민이다.

    “함안이라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채 공연을 보기 위해 무작정 달려갔습니다. 주변 풍경도 좋고 볼거리도 풍부해서 다시 한 번 더 기억하는 도시로 새겨두겠습니다.”

    “대부분 공연이 중단된 때에 정말 단비 같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분이 함안군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함안에 가서 미약하게나마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겠습니다!”

    한 감독은 “공연이 좋지 않으면 외지 사람들이 보러 오겠나. 와서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한다”며 “서울에서도 오는데 1박 2일로 와서 공연 보고 주변 관광도 하고, 축제도 마찬가지고 지역민만 이용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방에선 보기 드문 공연 열다

    3년간 기획공연 97건·대관공연 75건

    유료회원 1만4000명, 40%가 타지 주민

    펜데믹에도 뛰어난 기획공연 유치

    “함안지역 이야기 작품으로 기획하고파”


    함안문예회관은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우수사례 발표에서 최우수 공연장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2020년에는 한국문화회관연합회에서 문예회관 부분 장관상을 받았다. 한 감독 개인적으로는 2017년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에서 장관상을 받았다. 3년간 총 97건의 기획공연, 75건의 대관공연을 추진해 관객 7만명을 돌파한 공로를 인정한 상이다.

    “시설 개선과 예산 확보, 좋은 공연 유치를 위해 시간 날 때마다 경남은 물론 서울 등 전국 공연장 다니면서 콘텐츠 관람하고 관련 담당자 만나고, 제작사 대표도 만나고 한다”는 한 감독은 공연기획을 위해 다니기도 하지만 공연장 인프라를 살펴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기도 한다.

    한 감독은 1년에 30편 이상의 공연을 본다. 서울에 출장 가서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8편을 본 적도 있다. 아이들과 주말에 시간을 보낼 때 놀이동산이나 아쿠아리움을 가더라도 반드시 공연하나를 같이 본다고 한다. “지역에 청소년들이 볼만한 공연을 1년에 한 두 편만 봐도 미래의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풍성해진다고 믿습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물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하는 공연인데 코로나 때문에 제작에 어려움을 겪기에 함안에 한 번만 내려와 달라고 요청했죠. 또 기억에 남는 작품은 ‘수박 수영장’입니다. 공모사업을 통해 함안문예회관이 주관해서 창작한 작품입니다.”

    그는 많은 일을 해왔지만 하고 싶은 일이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함안 예술인들이 고향에 돌아왔을 때 서고 싶은 공연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라가야, 처녀 뱃사공, 대암 이태준 등 함안을 스토리텔링한 작품을 기획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함안을 알릴 수 있는 공연문화축제를 하나 만드는 게 꿈입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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