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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식량안보, 총성 없는 전쟁은 현재 진행형- 김학수(농협중앙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22-06-02 20: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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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주말 ‘집콕’하면서 ‘서바이벌패밀리’라는 영화를 시청했다.

    도쿄에 거주하는 한 가족이 갑자기 끊어진 전기로 일상생활이 단절된 도시로부터 식량과 물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는 영화였다.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족들의 이야기로 전체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다. 일단은 전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필자는 이 영화에서 식량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전기가 끊어져 모든 것이 멈춰 선 도시에서 당장 먹을 물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거기에는 최고급 외제차도, 값비싼 명품 시계도 아무 소용없다. 식량은 바로 인간의 기본생활에 필요한 의식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먹고 마시는 ‘食’의 문제라 더욱 그렇다.

    식량안보란 국가가 인구증가, 천재지변 등의 각종 재난,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도 항상 국민들의 일정 수준의 식량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적정 식량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과잉 생산으로 쌀이 남아도는데 무슨 식량안보냐?’ 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나 사실 우리나라는 밀, 콩, 옥수수 등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OECD 국가 중 곡물자급률이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쌀 자급률은 97.3%로 높은 수준이지만 그 외 주요곡물의 경우 밀 1.2%, 옥수수 3.3%, 콩 25.4%, 보리쌀 32.6%에 불과하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지수는 세계 29위로 경제규모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마스크 수급 대란이나 요소수 품절 사태 등에서 이미 경험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지금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봉쇄와 물류 중단, 방역 강화 등 글로벌 식량공급체계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즉 ‘총성 없는 식량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식량 민족주의’ 기조가 일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부터라도 식량안보를 위해 농업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국가경제에 있어 농업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우리 농업과 농촌은 식량을 공급하는 기본적인 기능 외 환경보전, 농촌경관 제공, 전통문화 유지 계승 등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지금 맞닥뜨린 세계적 위기 속에서 우리 농업과 식량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비상 상황이 닥치더라도 우리 모두 서바이벌(생존)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학수(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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